북한 무인기 사건 등 이슈, 객관적 사실에 충실해야 대립·갈등 재생산 없어져

문장순 중원대학교 교수

남북분단의 폐해 가운데 하나가 피해의식의 양산이다. 분단 상황은 항상 대립과 갈등의 연속이었다. 남북 간 끊임없는 긴장과 갈등은 우리에게 상처와 고통으로 남아있다. 이로 인해 나타나는 정신적 결핍감인 피해의식은 모두에게 내면화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동안 남북 간 이슈에 대해 차분하게 대응해 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각자 입장에 따라 옳고 그름을 이야기하고 그에 대한 논쟁을 끊임없이 양산해냈다. 북한 무인기 사건도 이와 다르지 않다. 정부의 발표와는 달리 북한 무인기에 대한 괴담이 우리 주변을 맴돌고 있다. 그것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하나는 과잉반응이다. 북한 무인기의 기능을 과대평가하여 살상용 무인 타격기임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단순 무력적 위험성이 없는 정찰용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자폭형 공격기로 개조했을 때를 가정하여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언론은 무인기가 청와대 위를 날며 찍은 사진까지 제시하면서 위험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입장은 북한에 대한 경각심을 넘어서 국민 불안감으로 몰아가고 있다.

또 하나는 북한 무인기 사건의 정부 조작이라는 의구심이다. 무인기가 비행했다면 엔진에서 배출되는 각종 이물질로 외형상 더렵혀지거나 손상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매우 깨끗하다는 것이다. 무인기가 찍은 사진의 해상도도 좋지 못하다. 이 정도는 국내 민간 무인기 동호회용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국민을 속였다고 하는 이들도 있다. 일부 정치권도 여기에 가담하고 있다. 어느 야당의원은 무인기 사건의 조작 가능성을 조목조목 제기했다. 무인기의 성능이나 글자체가 북한의 것이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북한 무인기 사건은 우리 정부의 날조라는 주장이다.

첫번째 경우는 안보에 대한 불안감에서 나타나는 과잉반응이다. 그동안 북한의 도발행위에 대한 피해의식은 누구에게나 잠재되어 있다. 북한에 대한 불신이 깊게 깔려 있는 것이다. 무인기 사건을 통해 안보에 대한 소중함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지나친 과장은 오히려 안보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다. 이러한 불안감은 정부에 대한 불신감으로 이어져 국민 내부에 균열을 야기하고 나아가 국가안보의 장애로 나타난다. 두번째는 지나친 안보 과잉화를 우려한 반응이다. 이 경우 안보의 정치적 이용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담고 있다. 그동안 북한 관련 이슈가 정치적으로 악용된 데 대한 피해의식과 연결지을 수 있다. 피해의식이 불신으로 전화되어 현실문제 인식을 부정적 사고로 접근한다면 이 또한 문제다. 안보불감증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이미 북한 무인기 사건은 남남갈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어느 입장에 서 있든 자신의 피해의식을 바탕으로 북한 무인기 사건을 바라본다면 답을 찾을 수 없다. 정부가 어떠한 결과를 내놓아도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이미 천안함 폭침사건에서 보았지 않은가.

북한 이슈에 대해 자신의 입장과 경험담에만 의지할 것이 아니라 보다 객관적 사실에 충실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필요하다. 피해의식에 젖은 사람들은 불안감이나 불신감을 지니고 있어 객관적 사실을 수용하는 자세가 인색하다. 이를 벗어나지 못하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대립과 갈등의 재생산에만 머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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