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차 중인 열차 뒤에서 들이받아…승객들 선로로 대피

2일 오후 서울메트로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 사고 열차의 유리창이 깨져있다. 연합

2일 오후 3시 30분께 서울 지하철 2호선 상왕십리역에서 잠실 방향으로 가는 열차가 앞에 멈춰서 있던 열차를 추돌하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외국인 2명을 포함해 승객 238명이 다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 가운데 3명이 쇄골 골절, 뇌출혈 등 중상을 입은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43명이 입원 상태다.

지하철 2호선은 을지로입구역에서 성수역까지 9개역에서 성수역 방향의 운행이 통제되고 있다.

◇'아찔'했던 사고 순간…승객들 선로로 빠져나와

사고는 앞서가던 2258 열차가 승객을 승·하차시키기 위해 정차했다가 출발하려던 중 뒤따르던 2260 열차가 추돌해 발생했다.

2260 열차는 앞선 열차가 멈춰 선 상황을 파악하고 급정거했으나 뒷부분을 들이받은 뒤 멈춰섰다.

추돌 충격으로 승객들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넘어졌고 내부 조명까지 꺼지면서 열차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또 앞 열차의 차량연결기(열차 칸끼리 연결하는 고리) 7개가 파손됐고 후속 열차의 바퀴가 탈선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추돌 순간 차체가 조금 들렸다가 다시 내려앉으면서 2번째, 5번째 량의 바퀴 총 3개가 빠졌다"고 말했다.

추돌 당시 후속 열차의 속도가 빨랐더라면 자칫 대규모 인명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순간이었다.

소방당국은 오후 3시 30분께 승객의 신고를 받고 출동, 3시 32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두 열차에 탔던 1천여명으로 추정되는 승객들은 사고 후 10여 분간 전원 대피했다.

부상자들은 순천향병원, 건국대병원, 한양대병원, 백병원, 고대안암병원, 마이크로병원 등 13개 병원으로 옮겨졌다.

추돌한 뒷 열차 기관사 엄모(45)씨는 어깨 골절 등으로 국립의료원으로 이송됐다.

승객들은 사고 직후 열차 내부에서 사고에 대한 안내 방송은 없었다고 전했다.

승객들은 의자 아래 비상 레버를 조작해 손으로 문을 열고 선로를 통해 현장을 빠져나왔다.

서울메트로 장정우 사장은 현장 브리핑에서 기관사 말을 토대로 "앞차의 경우 사고 직후 출입문을 열고 승강장으로 대피시킨 후 대피방송을 했다"며 "뒤에 있던 열차는 일단 '안전한 차내에서 대기하라'고 방송했고 후속 열차를 우려해 열차운행을 통제한 후에 승객들에게 탈출을 지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 사장은 대피방송이 열차 내에서 이뤄진 것인지, 상왕십리역사에서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히 언급하지 않았다.

서울메트로 측의 설명을 종합하면 종합관제센터에서 사고 4분만인 오후 3시 34분께 열차 운행 중단을 지시했다.

앞 전동차를 추돌한 2260 열차는 사고가 난뒤 1∼2차례 안내방송 후 3시 34분께부터 37분까지 승무원들이 열차 문을 열어 반대편 승강장으로 승객들의 대피를 유도했다.

일부 승객은 안내방송이 사고에 대한 뚜렷한 언급 없이 '앞차 때문에 출발이 지연됐으니 기다리라'고만 알렸다고 전했다.

◇열차 자동정지 장치 '이상' 가능성…기관사 부주의 가능성도

서울메트로 측은 사고가 난 앞 열차는 이상이 없는 정상 열차였다고 밝혔다.

정수영 서울메트로 운영본부장은 "기관사에 따르면 열차 신호등이 진행 신호에서 정지 신호로 갑자기 바뀌어 후속 열차가 비상 제동을 걸었는데 제동거리를 확보하지 못해 추돌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고 원인으로 열차 간 자동으로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열차 자동정지 장치(ATS)의 고장 가능성과 함께 후속열차의 기관사가 곡선 구간에서 정지신호를 제대로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ATS는 열차 사이의 거리가 200m 이내로 들어오면 자동으로 작동, 안전거리를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ATS가 고장났기 때문으로 추측된다"며 "해당 장치가 왜 고장이 났는지는 더 조사를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두 열차 모두 수동운전이라 앞 열차와 일정한 간격이 유지되지 않았다"며 "앞선 열차가 상왕십리역에 서 있었던 것은 정상적이었으며 후속 열차가 추돌한 상황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기관사 엄씨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교대해 두 정거장을 지나 사고가 났다.

사고 앞·뒤 차량은 각각 1991년, 1990년에 제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열차는 72시간마다 일상점검을 하도록 돼 있는데 점검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말했다.

◇국토부 위기경보 발령…경찰 수사 착수

국토교통부는 오후 3시 55분께 세종정부청사에 중앙사고수습본부를 구성하고 지하철 대형사고 위기경보 '심각' 상황을 발령했다.

서울시는 개인택시 요일부제를 해제하고 상왕십리 주변 노선 35개에 버스 71대를 추가 투입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사고 소식을 접하고 현장에 도착, 수습을 지휘했다. 새누리당 김황식·이혜훈·정몽준 서울시장 예비후보도 현장을 찾았다.

현장에는 소방인력과 경찰, 구청직원 등 213명이 투입됐으며 구급차와 소방차 등 58대가 동원됐다.

서울메트로 측은 현장에 150여명을 보내 오후 5시부터 복구작업을 진행 중이며 오후 10시 30분께 운행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장에는 강신명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수사를 지휘하고 있으며 사고원인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허영범 서울경찰청 수사부장을 수사본부장으로 기관사 과실 여부, 열차의 기계적 결함, 지하철 신호등 운영시스템 등에 관해 전반적으로 수사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