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WHO)가 파키스탄, 카메룬, 시리아 등을 중심으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급속도로 퍼지고 있다며 소아마비 바이러스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WHO가 이처럼 비상사태를 선포한 것은 지난 2009년 인플루엔자 A로도 알려진 돼지 독감이 발생한 이후 처음이다.

WHO 국제 보건관리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올해 들어 국제적인 소아마비 바이러스의 급격한 확산은 극히 이례적 사건"이라며 "국제 공조를 통해 이에 대응하지 않으면 소아마비 박멸 노력도 수포가 되고, 다른 국가들의 공중 보건에도 위험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WHO는 특히 아프가니스탄, 적도 기니, 에티오피아, 이라크, 이스라엘, 소말리아, 나이지리아 등이 올해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확산할 수 있는 위험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WHO 마거릿 챈 사무총장은 지난 28일 국제보건관리위원회를 소집해 25년 전부터 소아마비 박멸운동을 시작했으나 일부 국가에서 백신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파키스탄, 카메룬, 시리아 등에서는 바이러스 잠복기임에도 소아마비 감염률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더구나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4월부터 여름까지 본격적인 활동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제적 공동 대처 노력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칫 소아마비 박멸의 기회를 놓칠 우려가 높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WHO는 이에 따라 현재 소아마비가 확산하고 있는 3개 국가 국민은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도록 소아마비 백신을 4주에서 12개월간 투약받은 이후 외국 여행을 하도록 요청했다. 또한 다른 7개 국가도 이런 조치를 따라 줄 것을 권고했다.

WHO는 이들 국가에서 더 이상의 소아마비 감염 사례가 6개월간 보고되지 않고 면역프로그램 등 박멸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가 구체화할 때까지 이런 조치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HO에 따르면 지금까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등에서만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발견됐으나 파키스탄 국경을 통해 외국으로 퍼지고 있고, 특히 시리아는 14년간 소아마비가 없었으나 파키스탄에서 전파된 소아마비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

더구나 시리아 난민들이 요르단, 레바논, 터키 등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으나 이들의 소아마비 예방접종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WHO는 천연두처럼 소아마비가 거의 박멸단계에까지 도달했으나 일부 국가의 사회 불안정과 내전 등으로 어린이들에 대한 예방접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소아마비가 다시 부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챈 사무총장은 3개월 뒤 국제 보건관리위원회를 재소집해 소아마비 확산을 막기 위한 WHO의 권고안이 효과적으로 집행되는지 점검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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