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 점수에 매달리다 보면 사람의 참모습을 쉽게 잃어, 자기 탤런트 찾는 것이 중요

제갈 태일 편집위원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사 아저씨가 만난 꿈같은 인물이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다. 그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이 지상의 병폐, 권위주의, 우스꽝스러움, 허망한 분주, 이기심을 극도로 낯설게 한다.

어린왕자는 이 말세에 인간이 꿈꾸는 최고의 순수태몽과 같다. 그는 수많은 장미꽃 중에서도 내 장미가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사랑이란 길들여지는 것으로 관계를 맺는 것임도 알게 된다.

자기 별로 떠나며 마지막 남긴 말이 '별이 아름다운 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꽃'때문이라 했다. 마음으로 보아야 숨은 꽃을 찾는다.

이처럼 어린이의 맑은 눈은 천국을 본다. 태어나는 아이는 하느님의 은총이며 섭리를 깨우치게 하는 거울이다. 또한 인간본심의 귀감이기에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란 역설이 통한다.

아이들은 움직인다. 무슨 짓이든 하고 있다. 생명력이 충만되어 있다는 증거다. 아이들은 순진무구한 천성으로 세상만사를 아름답게 보고 상상만으로도 훌륭히 경험한다. 이야기 세상 속으로 들어가 왕자도 되고 고아도 되고 또한 나비와 새도 된다.

어린이는 맑은 마음으로 보고 느낀 것을 그대로 노래하는 시인이다. 무지개를 보고 하늘나라 선녀가 오르내리는 사다리로 상상한다. 이처럼 어린이를 시인으로 본 방정환의 시선도 아름답다. 그의 주장이 아니라도 나라의 보배가 될 어린이들은 자연과 예술을 사랑하고 과학을 탐구하며 도의를 존중하도록 잘 가르쳐야 한다. 위험할 때는 제일 먼저 구출되어야 하고 굶주린 아이들은 먹여야 한다.

바다에 사는 해면은 사이사이에 빈틈이 많아서 어느 시기까지는 물의 맑고 탁함을 불문하고 수분을 잘 빨아들인다. 자녀 교육도 이와 같다는 주장이 심리학의 '스펀지'이론이다. 태어나 12세까지는 아이들이 보고 듣는 것은 아무런 비판 없이 다 빨아들이는 스펀지와 같고 이 때 경험한 모든 것이 평생을 좌우하는 가치관으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어린이들은 부모들의 언행을 그대로 반사하는 거울이다. 어린이날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는 일도 좋지만 아이들의 거울로서 올바른 부모 노릇을 잘 했는지 생각해보는 반성도 필요하다.

특히 상상력이 유아교육에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중요하다. 새처럼 날고 싶은 상상이 비행기를 만들었으며 달나라에 대한 끝없는 동경이 아폴로 계획으로 이어졌다. 아이들이 성장해서 세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도 바로 이런 창의적인 발상과 풍부한 상상력이다.

바야흐로 창의성과 독창성이 국제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다. 따라서 공부만 잘하면 출세가 보장된다는 발상은 잘못된 허구다. 지금처럼 시험점수에 매달리다 보면 사람의 참모습을 잃어버리기 쉽다. 가장 중요한 것은 보석 같은 자기 탤런트를 찾는 일이다.

부모는 TV를 보면서 아이들에게는 독서를 강요하거나 자신은 불효하면서 자식에게는 효도를 바라거나, 대화는 없으면서 잔소리만 하는 부모라면 이 순간도 분명히 아이들에게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유태인은 형제간에 능력을 비교하여 면박을 주는 일이 없다. "형제간의 머리를 비교하면 둘 다 죽이지만 개성을 비교하면 양쪽 다 훌륭하게 키울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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