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공은 스승 공자보다 뛰어난 논변가였다. 그런데도 항상 스승의 존엄을 지켜주고 겸손했다. "자공이 공자보다 훌륭하다"는 노나라 대부 숙손무숙의 말을 곁에서 들은 한 대부가 자공에게 그대로 전했다. "집의 담장에 비유하겠습니다. 나의 담장은 어깨 정도의 높이로 한눈에 집안이 좋고 나쁜 것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승님 댁의 담장은 몇길이나 될 정도로 높기 때문에 그 대문을 찾아내서 들어가지 않으면 집안의 웅장함과 다채로움을 볼 수가 없습니다. 아쉽게도 그 대문을 찾아내 들어가본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때문에 숙손무숙이 그렇게 말하는 것도 너무나 자연스럽지 않습니까" 자공은 집의 담장에 비유, 스승 공자의 학문과 덕이 얼마나 넓고 심오한지를 깨닫게 해줬다. 대문 근처도 가본적이 없는 숙손무숙이 공자를 평가할 자격이 없음을 지적했던 것이다.

제나라 경공이 자공에게 물었다. "당신의 스승은 누구요?" "공자입니다" "공자는 현인이요" "아니, 성인입니다" "그가 어찌 성인이란 말이오" "모릅니다" 경공은 자공의 대답에 노발대발 "성인이라 해놓고 어찌 모른다 말이오" "지금까지 내내 하늘을 이고 살아왔지만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모릅니다. 저는 평생 땅을 밟고 살아왔지만 땅이 얼마나 두꺼운지 모릅니다. 공자에게 배움을 얻고 있는데 이는 마치 국자로 강물을 떠마시다 배가 부르는 것과 같습니다. 그렇다고 어찌 강물의 깊이를 알 수 있습니까" 스승의 인간적인 깊이를 일깨워주는 자공의 논변이 돋보인다.

남각혜자라는 자가 자공에게물었다. "당신의 스승인 공자의 문하생들이 어중이떠중이로 어찌하여 아무나 제자로 받아들이는 것이오" 공자의 제자 중엔 큰 도둑으로 소문난 자도 있는 것을 꼬집었던 것이다. "병을 잘 고치는 명의 옆에는 병자가 많고, 칼을 가는 숫돌 주변엔 칼이 많은 법입니다. 저의 스승은 덕으로 천하의 사람들을 맞아들여 찾아오는 사람을 거절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제자들이 자연히 복잡한 것입니다."

학생들의 교사 폭력, 성희롱 등 교권이 무너지면서 학교를 떠나겠다는 선생님들이 늘어나고 있다. 내일은 '스승의 날', '자공의 제자도리'가 간절한 우리 교육 풍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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