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관수리공 위장…범행 후 여자친구 감금, 경찰 "정확한 경위 조사 후 구속영장 청구"

여자친구 부모 살해 용의자 압송20일 오후 대구의 한 아파트에서 여자 친구의 부모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20대 용의자가 피 묻은 반바지 차림으로 달서경찰서에 압송되고 있다. 권성준기자 docu@kyongbuk.co.kr

사귀던 여자친구의 부모가 헤어질 것을 강요했다는 이유로 앙심을 품고 전 여친의 부모를 살해한 대학생이 경찰에 검거됐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20일 두 달 가량 사귀던 대학 동아리 후배의 부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장모(24)씨를 붙잡아 조사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평소 술을 마시면 폭력성이 있던 장씨는 최근 2개월 가량 사귀던 권모(20·대학생)양을 술을 먹고 폭행했다.

이에 권양 부모는 장씨 부모에게 사실을 알리고 장씨에게는 자신의 딸과 더이상 만나지 말 것으로 요구했다.

권양 역시 장씨와의 만남을 끝내고 다른 친구를 사귀기 시작했다.

이후 앙심을 품은 장씨는 치밀한 계획을 세운 뒤 지난 19일 오후 5시 30분께 아파트배관 수리공으로 위장해 달서구 상인동 권씨 부부의 아파트에 들어가 5~6분 가량 집안 분위기를 파악한 후 밖으로 나왔다.

장씨는 다시 오후 6시20분께 미리 준비했던 칼 등 범행도구를 챙겨 배관 수리를 핑계로 집안으로 들어간 뒤 목욕탕에서 이모(50·여)씨를 살해하고 자리를 피하려던 권모(54)씨를 현관까지 따라가 무참히 살해했다.

범행 이후 장씨는 집안에서 권양을 기다리다 20일 새벽 0시 30분께 권양이 귀가하자 헤어진 것에 대한 추궁을 하며 아침까지 술을 마셨다.

이후 공포에 떨던 권양이 오전 9시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4층 베란다에서 뛰어내리자 당황한 장씨는 범행현장을 빠져 나갔다.

경찰은 누군가 4층에서 떨어졌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곧바로 부상자 신원 확인을 위해 아파트에 들어갔다 권씨 부부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분석, 검은색 계통 상의에 황색 바지를 입은 20대 남성이 피가 묻은 헝겊으로 오른손을 감싼 채 밖으로 빠져나오는 모습을 확인했다.

경찰은 20대 남성이 권씨 딸의 대학 선배 장씨로 보고 추적팀을 급파해 경산의 원룸에서 피의자를 붙잡았다.

달서경찰서 양용환 형사2계장은 "장씨가 범행을 자백했지만 손목 부위의 자해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며 "정확한 범행 경위를 조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4층에서 뛰어 내린 권양은 우측팔과 골반에 부상을 입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