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마케팅' 의도·동기 순수하고 객관적이면서 공정성 있게 추진해야 이번 선거에서 소기의 목적 달성한다

오는 6·4 지방선거에서 대구 경북지역 유권자들의 높은 관심은 대구시장에 있는 것 같다. 대구와 거리가 먼 경북도내 변두리 군 지역 주민들도 대구시장 선거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한다고 한다. 후보가 새누리당원 밖에 없어 당선자가 이미 확정됐거나 사실상 당선자인 김관용지사를 비롯한 많은 새누리당 후보들의 독주현상과는 다른 경쟁선거이기 때문일 것이다.

대구경북지역 공중파TV들의 대구시장 토론회는 그래서 관심을 끌고 있다. 후보들 간에 깊이 있고 진지한 토론이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이지만 이번 토론에 있어서 가장 큰 쟁점은 박정희컨벤션센터 문제이다. 박정희센터 문제는 그 사람의 정치철학과 이념을 알 수 있기에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주제다. 김부겸 후보(새정치민주연합)가 대구시장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처음으로 내세운 게 '박정희 컨벤션센터' 건립 약속이다. 김 후보는 지난달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박정희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을 서로가 공인하는 역사적 화해의 상징으로 대구에 박정희 컨벤션센터를 건립해 광주의 김대중 컨벤션센터와 교류하면서 두 지역민들의 오해와 불신을 녹이겠다"고 밝혔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지지해온 시민단체나 일부 네티즌들이 박정희 때리기를 주도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독특한 발상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차례 써먹은 전략이지만 보수세력으로부터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김 후보의 상대인 권영진 후보는 박정희센터 건립에 대해 절대 부정적인 의견을 냈다. 대구엑스코를 박정희컨벤션센터로 개명하자고 대안까지 제시 했다. 권 후보가 박정희센터를 서울 광화문이나 국회의사당 앞에 세우자고 주장했더라면 통큰 지도자라는 평가를 받았을 것인데 상대후보의 공약에 대해 딴지나 거는 수준 이상을 넘지 못했다.

한 후보는 정략적인 발상으로 내놓고, 다른 한 후보는 본질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고 역시 닮은꼴로 정략적인 대응을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잘 살펴봐야 한다. 우선 김 후보가 내놓은 박정희 컨벤션센터는 서민의 삶과 별로 관계가 있는 것 같지 않다. 대구시장이 해야 할 중요한 정책이 아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김 후보가 박정희와 같은 반열에 올린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한 지역민의 평가는 매우 다르다. 김대중에 대해 사적인 권력욕망으로 사로잡힌 권모술수의 대가로 보고 있다. 대구시민을 비롯한 경상도 사람들은 김대중을 평가할 때 전두환 전 대통령과 자주 비교한다. 김대중의 정적을 오히려 전두환으로 대비한다.

이 문제는 박정희의 한국 정치사에 있어서 위상 문제에서 출발한다. 김대중 지지자들이 김대중의 정적으로 꼽은 박정희의 정적은 3공화국 시절 6,7대 대통령선거에서 두 번이나 겨룬 윤보선이다. 유신시절에는 이 나라 민주화의 거목인 장준하 선생이다. 장 선생은 정권 권력기관의 기획에 의해서 사실상 암살됐다. 박 전 대통령도 유신시절 민주화의 상징인 독립군 장교 출신 장준하 선생에게 콤플렉스를 느꼈으며 심지어 과대 포장되기는 했지만 독립투쟁을 벌였던 북한의 김일성에게서도 마찬가지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논란은 친일성과 공업화의 공과이다. 박정희의 공과를 엄격하게 구분하지 않고 정략에 따라 선거에 이용해서는 안 된다. 의도나 동기가 순수해야 하며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추진할 때만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박정희컨벤션센터 건립을 내세운 김 후보나 안된다는 권 후보나 모두 정략적인 발상과 대처를 하고 있다는 인상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생과 동떨어지고 국민을 2류 수준으로 보는 유치한 일체의 '박정희 마케팅'을 중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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