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밭에 누워 하늘을 보면
하늘엔 제트기 씽씽,
뾰족한 콧등에 실밥 터지듯
주욱 하늘이 찢어지네
흰 피가 씽긋 배어나와
웃고 있네
솔개 한 마리
그 상처 닦으며 꿰매여 가네
남은 흉터를
새털구름이 슬슬 닦아주고 있네
<감상> 화폭 가득 잔잔한 움직임이 있다. 가만히 있어야만 느낄 수 있는 움직임이다. 바쁜 사람들에게는 절대로 눈에 띄지 않은 풍경이다. 풀밭에 누워 하늘을 보면, 그 하늘에 있던 것들이 마치 옛날이야기 들려주는 이야기꾼 할아버지의 목소리처럼 들려온다. 한 편의 시가 한 편의 이야기, 한 폭의 그림으로 눈앞에 머문다. 머무름은 비움이고, 비움은 여유다.릇이 그와 같이 찬장을 채울 것이다. 그것이 집안에 무늬 새겨지는 것이 가족사 아닐까. (하재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