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사고 이후 안전 강화됐지만 크고 작은 사고 끊이지 않고 발생, 아직도 안이한 것 아닌지 반성 필요

또 참사다. 28일 전남 장성의 요양병원에서 불이나 21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일부는 중상이어서 사망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사망 8명 등 66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고양종합터미널 화재가 난 게 엊그제인데 바로 또 이런 참사가 터지니 말문이 막힌다. 국민이 안심하고 지낼 곳이 없어 보일 정도다. 세월호 사고로 그 많은 생명을 속절없이 잃고도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이 크게 바뀌지 않은듯해 너무도 씁쓸하다. 이날 장성군 삼계면 효실천사랑나눔요양병원 화재는 비교적 빨리 진화됐지만 연기에 질식돼 많은 사람이 숨졌다는 점에서 고양터미널 화재와 비슷하다. 특히 요양병원에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이 많아 피해가 컸다고 한다. 빨리 대피시키지 않으면 환자들이 병상에 누운 채로 유독가스를 들이마실 수밖에 없는데 신속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화재 당시 요양병원에는 16명이 야간 근무 중이었고 불이 난 별관에는 진화에 나섰다가 숨진 간호조무사 김모씨를 포함해 2명이 근무중이었다고 한다. 근무자가 더 많고 대피 조치 등이 제대로 이뤄졌다면 많은 생명을 구할 수도 있었는데 못한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요양병원 참사는 화재원인이 무엇이든 간에 인재(人災)라고 볼 수밖에 없다.

고령화에 따라 요양시설이 많이 늘어나고 있지만 안전 문제는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화재 사고로 큰 피해가 난 것도 이번만이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2010년 11월 10명이 숨지고 17명이 다친 경북 포항의 노인요양원 화재다. 당시 불은 40여분 만에 진화됐으나 유독연기가 내부로 번지면서 거동이 불편한 중증 치매·중풍 환자들이 제때 대피하지 못한 채 질식해 인명피해가 컸다.

포항 화재 이후 노인 요양시설에 대한 제도적 안전장치가 강화됐다고는 하지만 이번 장성 화재에서 보이듯이 비상시 환자들의 안전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많은 요양병원의 특성상 화재 등 사고가 발생하면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이들을 신속하게 대피시킬 수 있는 인력과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화재시 유독가스가 번지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건물의 구조도 환자의 대피가 쉽게 이뤄질 수 있게 돼있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그러나 장성 요양병원 화재에서 보이듯 현실은 그렇지 않다. 결국 그 결과는 이번처럼 눈뜨고 생명을 잃는 참사로 나타났다.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번 화재의 피해가 왜 커졌는지를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

세월호 사고 이후 안전 조치가 어느 때보다 강화되고 있지만 크고 작은 안전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 요양병원과 터미널 화재 외에도 이달 초 수백명이 다친 서울지하철 2호선 추돌사고를 비롯해 지하철과 건설·산업현장의 사고가 하루가 멀다 하고 일어났다. 28일 서울지하철 3호선에서는 한 남성의 방화로 열차 객실에 불이 나 승객들이 대피하는 등 큰 소동이 벌어져 또 대형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닌지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총체적인 안전점검이 이뤄졌음에도 사고가 빈발하는 것은 안전점검 조차 부실하게 이뤄졌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화재가 난 요양병원만 해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의 지시 등에 따라 자체 안전점검을 하고 21일에는 지자체의 안전점검도 받았지만 모두 이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안전점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이런 큰 인명피해가 났으니 무엇을 안전점검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우리 사회가 아직도 너무 안이한 것은 아닌지 철저한 자기반성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