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이 사람을 두고 헤어날 수 없는 거리로 운다
가는 게
오는 것보다
남으리란, 지척 슬픈 말이리라
뒤뜰 가득 핀 수국이
네 종아리에 무심히 지는 걸 나는 그때 두고서 왔다.
<감상> 절대절명(絶對絶命)의 시간은 알지 못하는 낯선 장소에서 맞닥뜨리는게 사람의 일이다. 땅 끝은 은연 중 절대절명의 무게를 수용하고 있는 곳이다. 이별했던, 헤어졌던 그 기억의 한쪽은 땅 끝이나 다름없다. 몇 년 전 호미곶과 같은 포르투갈 '카보다로카(Cabo da Roca)'란 곳에 서성였다. 이 시를 읽으며 그곳을 생각했다. 그 낯선 땅에서 듣던 '파두'란 포르투갈 민요도 떠올랐다. 엘도라도를 꿈꾸며 떠났던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는 애조풍의 노래 '화두'를 오늘은 들어야겠다. (시인 하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