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영 작가

어린 시절 잔디밭에서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네잎클로버를 찾기 위해 눈을 크게 뜨고 초집중하여 무수히 많은 세잎클로버를 꺾어 버리고 다시 네잎클로버만을 찾던 기억 하나쯤 갖고 있을 것이다, 세잎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라고 한다, 우리들이 행운만을 열망하다 소소한 행복을 놏치는 일이 없기를 바라면서 자연 속에서 아무 근심 없이 천방지축으로 뛰어놀던 그 시절의 그리움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날도 있다.

우리 홍보담당관실 직원들은 지난달 23일 자매마을인 죽장면 합덕리 과수 농가를 방문하여 농촌일손돕기의 일환으로 사과 적과 봉사활동을 실시했다.

며칠 전부터 마음속의 달력에 빨간 표시를 해두고 "옷은 뭘 입고 갈까, 모자는, 선크림은, 장갑은…"등등 내가 자란 고향마을이기에 더욱더 애착이 가고 두런두런 고향의 푸근한 이야기가 귀에까지 들려오는 듯 했다.

죽장으로 가는 길에 만나는 산과 들의 풍광은 수십 년 세월의 무게에도 전혀 변함없이 언제나 그 자리에서 그 모습 그대로 꿋꿋하게 든든하게 고향을 지켜주고 있었다.

가는 길에 소문난 김밥 집으로 유명한 죽장휴게소에 들러 고모가 손수 타 주는 맛난 커피도 한 잔씩 먹었다.

"아이구 누구든지 우리 숙영이 이름만 대면 내가 커피 한 잔은 공짜로 줄 수 있어요, 단 이야기 안 하면 돈 받지요"하면서 고모는 여전히 좌중들에게 휴게소 홍보에 여념이 없었다.

"여기는 죽장초등학교에요, 예전에는 운동장이 그렇게 커 보였는데 지금은 작아 보여요, 저기가 죽장교회에요, 아, 여기가 죽장면사무소구요, 저기가 죽장중학교에요, 제가 여기 나왔답니다"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혼자 들떠 고향 소개를 하며 합덕에 있는 농가에 도착했다.

농가 사장님네는 한 눈에 봐도 인심 넉넉한 시골고향의 푸근함처럼 일도 시작하기도 전에 참부터 내어 왔다.

사과밭에서 딴 쑥에 쑥떡을 하여 직접 뜬 꿀을 흠뻒 올려서 보기만 해도 배가 절로 불러왔다.

시중에 흔한 꿀이 아니라 직접 양봉한 꿀이라 그런지 꿀이 정말 달고 맛났다.

비싼 꿀이라 한 조각 떡에 꿀을 찍어 먹는 것이 보통일 텐데 떡 위에다가 아낌없이 꿀을 다 쏟아 부어 버리시는 통 큰 인심에 우리들은 일도 시작하기 전에 감격해 버렸다.

가위와 장갑을 주시면서 여성들은 특별히 결혼식 때 혼주들이 착용하는 하얀 새 장갑을 주시는 세심한 배려까지 아끼지 않으셨다.

정봉영 과장님 이하 우리 홍보담당관실 직원들은 일심동체가 되어 오늘 이 사과밭은 우리가 책임진다며 4명이 한 조가 되어 한 이랑씩을 책임졌다, 농가 사장님의 일장연설 적과하는 법 강의도 경청했다.

사과나무 가지 한 고투리에 많게는 5개에서 2개는 기본으로 아기 사과들이 달려 있었다.

그 중 제일 실한 놈으로 하나만 남겨 두고 나머지는 짧게 잘라 주어야 나중에 수확할 때 빨간 상품성 좋은 사과를 수확할 수 있다고 한다.

내 키 높이까지 나는 책임지고 내 키 보다 높은 곳은 홍섭 씨가 하기로 했는데 내 눈에 보이는 적과를 다 한 것 같은데 홍섭 씨 매의 눈에 들켜 농가 사장님 보다 더 무서운 홍섭 씨의 잔소리에 눈에 불을 켜야만 했다.

점심시간에는 우리가 준비한 도시락만 해도 충분한데 농가에서 푸짐한 야채샐러드랑 각종 절임 나물들로 시골밥상을 한 상 가득 받아 황송할 따름이었다.

사과나무들이 무료하지 않게 하기 위해 스피커에서는 하루종일 라디오 방송의 재미난 사연들이 쏟아져 나와 사과나무도 우리들도 즐겁고 행복했다.

"야들이요(사과나무) 자기를 좋아 하는지 안 하는지 다 압니데이"농가 사장님 말씀에 "사랑해 사과나무야"를 수시로 외쳐 주었다.

포항시가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노동력 감소에 따른 효율적인 농가 지원을 위해 '농촌 일손 돕기 자원봉사 창구'를 개설해 운영하여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으로 일손이 부족한 농촌일손 돕기에 적극 나서고 있어 농촌 일손 돕기를 희망하는 기관·단체가 포항시 자원봉사센터(248-8742)에 신청하면 접수된 인력은 포항시 친환경농정과에 통보해 일손을 필요로 하는 농가에 배치하여 일손이 부족한 농가에 큰 짐을 덜어 주고 있다.

휴(休)는 쉼을 나타내며 인간이 나무에 기대어 있는 모습을 형상화 했는데 내가 사과나무에 기대었는지 사과나무가 나에게 기대었는지 자연에 의존하여 진정한 쉼을 얻은 보람 가득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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