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대기업 담세율 높이고 공공투자 과감히 확대시켜 빈부격차 점진적 줄여가야

안영환 편집위원

한 해의 반이 지나고 있는데 희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한국개발연구원은 최근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3.7%로 낮춰 잡는 예상치를 발표했다. 민간소비 부진으로 내수불황의 골이 깊다는 이유에서다.

선진국이든 신흥국이든 추세는 비슷하다. 세계화의 확산 탓으로 글로벌 동조화 현상이 두드러져 지역 간 다소의 굴곡은 있으나 구릉대가 이어지듯 그렇게 세계경제는 진행되는 듯 싶다. 연초만 하더라도 물가, 이자, 실업과 성장 등 거시경제지표가 안정돼 1980년대 중반 이후 20여 년 간 지속됐던 것과 같은 '대안정기(Great Moderation)'로 전환해 갈 것으로 다수 세계 주류경제학자들은 예상했었다. 한국을 비롯한 선진주요국들의 중앙은행들이 공조하여 일관되게 5년 이상 저금리정책을 유지, 유동성 공급을 확대함으로써 점진적으로 경제를 회생시켜 온 결과라는 평가다. 돈이 넘쳐나는데 이상스럽게 인플레는 발생치 않았는데, 그건 만성적인 수요부족 탓이었다. 물가 안정세에서 고용이 확대되고 임금이 올라가면 소비는 늘어나게 되므로 2014년에 경제곡선의 변곡점을 찍고 안정기에 접어들 것이라는 게 낙관론자들의 견해였다.

이 예상이 맞아떨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바지만, 금년 들어 지금까지 이어져온 추세를 살펴보면 실적이 매우 부진하다. 한국뿐이 아니다. 미국의 1/4분기 성장률은 연율로 0.1%에 불과하고, 유로존의 경우도 예상치의 절반 정도인 0.8%에 머물렀다. 2/4분기에 다소 나아지고는 있다지만 기대치에 못미칠 것 같다. 중국경제도 덜컹거리고 있고, 일본은 소비세 인상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한국은 세월호 참사로 소비가 죽는다는 신음이 들린다.

장기소비위축은 일본의 소비세 인상이나 세월호 사건과 같은 단기충격에 따른 영향으로는 보지 않는다. 근본적인 원인은 빈부격차 확대에 있다. 한국의 경우 가계부채 총액이 얼만가. 미국의 소비자들도 부채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소득이 없거나 적어 빚을 갚으며 소비할 여력이 없다. 한국의 경우 최저소득 연봉 1천만 원에서 최고소득 300억 원에 달하는 1인당 국민소득 2만4천 달러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소득불균형이 이렇게 큰데 평균치란 의미가 없다.

이 같은 소비부진의 구조적 문제 때문에 100백여 년이 걸리게 될지도 모르는 '장기침체(Secular stagnation)'를 걱정하는 비관론자들도 있다. 빈부격차축소가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닌 까닭이다. 우선 첫걸음으로서 부자와 대기업 담세율을 높이는 세제개혁과 함께 정부가 과감히 공공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정부부채의 부담이 크기는 하지만 불요불급의 예산낭비와 초저금리시대 투자를 구분하는 혜안을 가진 현명한 정치지도자가 출현해야 할 시기가 바로 지금이다. 공항, 항만 및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에 과감히 투자하면 민간투자를 유인하여 고용을 획기적으로 늘려 나가게 된다. 낡고 비좁은 기존공항과 고속도로 그리고 새 공항과 새 고속도로의 건설이 필요하지 않는가. 완전 고용에 근접할 정도로 고용이 확대되면 개인들은 빚을 갚으며 소비하게 된다. '대안정기'에 진입하는데 금융완화만으로는 역부족이다. 1980년대 영국의 대처와 미국의 레이건의 하이에크식 신자유주의 조합처럼 이젠 그 역발상에서 케인즈식 공공투자를 통한 공급측면을 자극하는 주요국 지도자의 조합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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