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서울지하철안에서 7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노인이 연설하듯 큰소리로 자기 사연을 이야야기 하기 시작했다.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조리가 있어 보였고 얼핏보기에 젊은시절에는 사회적으로 고위직에 계셨던 사람같은 인상을 받았다.

내용인즉 슬하에 자식 둘을 두었는데 그중에 여식은 오래전에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아들 한명은 미국 어느 유명 대학을 졸업하고 그 곳에서 같은 학교 여자친구와 서울에서 결혼을 하고 지금까지 단 두번 귀국해서 부모를 찾아 인사하고 그후 10년간 아무 연락이 없다고 하며, 노인은 지금 서울 어느 쪽방에서 그동안 부인의 노점상 수입으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던중 부인이 갑자기 중환으로 대학병원 중환실에 입원중이라고 했다. "이런 불효 자식이 너무너무 괘씸하고 억울해서 자식놈을 이세상에 고발한다"고 호소하는 내용이였다. 정말 딱한 노릇이다. "이것이 어떻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부모로서의 호소감이 되겠는가? 저 노인 정신이 조금 이상한 사람 아닌가?"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많은 사람들은 "얼마나 억울하면 누워서 침 뱉는 격인 자식 이야기를 저렇게 차안에서 이야기를 하겠는가?" 등 모두들 구구절절 이야기를 한마디씩 꺼낸다. 하지만 모든 책임은 노인 스스로 노후 계획없이 속옷까지 팔아 자식 공부시키는 우리나라 부모세대의 교육관이 문제라고 결론내리는 눈치다. 언젠가 TV를 통해 지하도에서 노숙자로 지내는 어느 노인 한분을 취재하는 내용을 시청한 바 있다. 이 노인과 거의 같은 처지로 고생하는 독거노인에 대한 실상을 방영하는 장면이다.

요즘과 같이 다양하고 복잡한 세상에서는 어느 누구도 자칫하면 멀정한 사람이 장애인이 될수 있듯이 우리 모두가 가능성을 갖고 살아갈진대 자식을 가진 모든 부모 역시 철저한 가정교육과 노후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어느 중년 부인의 재치있는 설명을 듣고 차안에서의 토론은 끝났다. 나는 이를 모두 듣다보니 어느덧 내가 내려야 할 일원역에 도착했다. 그동안 차안에서 노후문제에 대해서 전문가답게 이야기하던 어느 아주머니의 말을 끝까지 듣지 못한 아쉬움과 이름도 알수 없는 병원중환실에서 현재 입원중인 할머니의 건강이 궁금하며 하루빨리 건강이 회복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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