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역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이변은 남북한에 의해 이뤄졌다. 공교롭게도 둘 다 세계 최강 이탈리아가 제물이었다. 1966년 잉글랜드대회서 처녀 출전한 북한이 월드컵을 두 번이나 거머쥔 이탈리아를 격파, 8강에 올라 세계를 경악케 했다. 모두가 이탈리아의 승리를 장담했지만 막상 경기가 시작되자 상황은 급변했다. 난공불락을 자랑하던 이탈리아의 '빗장수비'가 전방 공격수 5명이 일자 대형을 이룬 북한팀의 생소한 '사다리 전법'에 무너지고 말았다. 그 후 이탈리아는 1966년을 '공포의 해(Annus Hombis)'라고 부르고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도 한국팀은 아주리군단 이탈리아를 물리치고 8강에 도약했다. 영국 BBC방송은 "월드컵 최대 이변이다"라고 했고, AFP통신은 "월드컵 72년 사상 가장 경이적인 승리"라고 타전했다. 특히 한일월드컵에선 이변이 속출, 세계 10강들이 무더기로 수모를 당했다. 개막전서 FIFA랭킹 1위인 프랑스가 42위 세네갈에 무릎을 꿇고 16강 예선에서 탈락한데 이어 2위 아르헨티나도 20위 덴마크에 굴복, '죽음의 조'에서 탈출하지 못하고 16강에서 탈락하는 대이변을 일으켰다. 랭킹 5위 포르투갈도 미국에 일격을 당한 뒤 한국에도 꺾여 프랑스, 아르헨티나와 운명을 같이했다. 7위 멕시코, 8위 스페인도 이변 돌풍에 날아가 10강 중 유일하게 브라질만 살아남았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도 경천동지의 대이변이 속출, 축구팬들을 까무러치게 했다. 2006년 독일월드컵의 우승, 준우승팀인 이탈리아와 프랑스가 16강에 탈락했던 것이다. 전 대회 우승, 준우승팀이 동시에 탈락한 것은 월드컵 사상 최초의 이변이었다. 아마추어 수준의 미국이 축구 종가 잉글랜드를 깬 50년 브라질월드컵서 시작된 이변은 그 뒤 대회 때마다 이어졌다.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시작부터 이변과 파란이 속출하고 있다. '티키타카 축구'로 지난 대회 우승팀인 무적함대 스페인이 네덜란드에 1대5로 대파된 뒤 칠레에게도 0대2로 격침당해 16강서 탈락한데 이어 축구 종가 영국도 16강서 탈락, 대이변의 쌍둥이 주인공이 됐다. 코스타리카가 이탈리아를 꺾고 16강에 선착한 것도 대이변이다. 축구의 진미는 이변이다. 벨기에 전에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이 대이변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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