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 안가린 욱하는 마음, 평생 후회할 업을 짓는다, 하나되면 가시는 없어져

제갈 태일 편집위원

동부전선을 지키던 육군 22사단 GOP에서 임모 병장이 동료 군인을 5명이나 난사하고 체포되었다. 그는 간부들까지 가세한 집단따돌림과 '계급열외'·'초소비하그림'에 격분했다는 범행 동기를 밝혔다.

전역 3개월이 남은 고참이 저지른 끔찍한 범행 동기로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고 벌어진 참상은 안타깝기 짝이 없다. 이른바 '관심병사'란 점을 감안하면 군 내부의 허술한 관리도 문제로 남는다.

결국 집단따돌림과 하급자의 냉대가 살해동기였고 해골그림까지 그려 범인을 조롱한 가해자들의 일탈행위가 범행의 빌미를 제공했다.

별 생각 없이 던진 돌멩이가 개구리에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셈이다. 감정이 앞선 과잉대응도 스스로를 망가뜨렸다.

죽은 자도 죽인 사람도 양비론(兩非論)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또한 원천적으로 이런 분위기를 방관한 군의 책임은 더욱 무겁다. 향후 이런 불상사가 없도록 재발방지책을 강구하는 일이 급선무다.

해법은 가족과 같은 친화관계에서 전우애가 생성된다는 점에 착안해야 한다. 우리가 하찮게 보는 식물도 감정이 있다고 한다. 예쁘다는 말을 들으면 난초는 더욱 아름답게 자라고 볼품없다는 말을 들은 장미는 시들어버린다는 실험결과가 있다. 하물며 인간이야 불문가지다.

사람이 어둠 속에서도 목소리로 서로를 분간하듯이 꽃들은 향기로 서로를 인식하며 인간보다 더 우아한 방법으로 대화한다. 따라서 식물에도 영혼이 있다. 바흐나 모차르트의 클래식을 좋아하기도 하고 어떤 식물은 시끄러운 '록'음악을 좋아한다고 한다.

20세기 최고의 식물학자 루터 버뱅크의 '가시 없는 선인장'의 실험이야기는 더욱 감동적이다. 그는 식물을 독특하게 길러내고자 할 때는 무릎을 꿇고 그 식물에게 순수한 영혼으로 말을 건낸다.

그는 처음 집게로 선인장의 가시를 뽑아주면서 다정하게 말을 건넸다고 한다. 내가 너를 잘 보살펴줄 테니 이제 아무것도 두려워할 게 없다. 너는 이제부터 가시 따윈 필요 없다고 수없이 사랑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침내 가시 없는 선인장이 이 세상에 태어났다.

루터 박사의 '가시 없는 선인장'의 실험성공은 하찮은 식물도 이런 놀라운 생체메커니즘이 있음을 본다. 아무리 악한 인간도 따뜻한 사랑과 아름다운 동행으로 선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임병장 사건도 당사자들이 한발만 물러서서 생각했더라면 달라졌을 것이다.

조애나 메이시니의 표현을 빌리면 '현대인은 시간이란 덫에 붙잡힌 포로'들이다. 눈앞의 이익이나 주어진 역경에 급급해 다급한 발상을 하거나 끝내 이성을 잃는 안타까운 사건들이 그런 경우다.

우리 주위에도 임병장(?)은 많다. 나도 모르게 남을 향해 돋아나 있는 날카로운 가시는 없는지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욱'하는 마음이 앞뒤를 가리지 않고 평생 후회할 업(業)을 짓는다.

비무장지대를 작전하는 야전사령관이나 칠흙 같은 밤을 지키는 사병이나 모두 한 가족이 되어야 한다. 우리말의 '우리'는 하나라는 묘한 매력이 있다. 상대와 하나가 되면 가시는 없어진다. 가시 없는 선인장처럼 사람도 새로운 인간으로 태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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