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을 기차가 달린다.

집이 덜커덩 덜커덩거린다. 밤에

불 켠 가로등이 쓸쓸하다

 

이 時代

땅은 끈끈하고 누군가 징 박힌

구둣발 소리 지나간다.

그 자리

그리스 신화처럼 꽃 한 송이

희부옇게 피어나는가 하더니

얼른 얼굴을 가린다.

<감상>몇 년 전 그리스 신화를 읽은 감동을 끌고 그리스를 여행했다. 여행지에서 만난 아름다운 꽃들의 뿌리를 캐 들어가면서 신화 한 줄기와 이어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스는 스토리텔링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이야기 천국이었다. 히아신스, 수선화, 아네모네……. 시인은 한밤에 달맞이꽃 앞에 있다. 칠레가 원산지인 달맞이꽃은 밤(낮 달맞이꽃도 있음)에 꽃잎을 펼친다. 달맞이꽃을 보면서 밤기차를 떠올리고, 밤에 걸어야만 하는 징 박힌 구둣발 소리도 듣는다. 그 사람은 사상범일 수도 있고, 내 이웃 가난한 노숙자일 수도 있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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