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콘 '끝사랑' 출연, 시청자 사랑 한몸에…"질리지 않는 아줌마 연기 하고파" 소감

텔레비전 화면 밖으로 나온 개그맨 김영희(31·사진)의 첫인상은 아담했다.

1시간 남짓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김영희는 시종일관 차분한 모습이었다.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앙돼요~"라는 대사와 함께 온갖 교태를 부리는 중년의 '김 여사'로 무대를 휘어잡는 에너지는 어디에서 나오는지 궁금했다.

이혼이나 사별 등으로 혼자가 된 '돌싱'(돌아온 싱글) 남녀의 연애담을 다룬 코너 '끝사랑'으로 작년 말부터 계속 인기몰이 중인 김영희를 최근 종로에서 만났다.

김영희는 "지금까지 어떻게 왔는지 잘 모르겠다. 작년 12월18일 '끝사랑' 첫 녹화만 뚜렷이 기억날 뿐 이후에는 파도에 휩쓸려 온 느낌"이라고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김영희가 "지금껏 짠 코너 중 가장 애착을 느낀 코너"로 꼽은 '끝사랑'은 자칫 묻힐 뻔한 운명이었다.

김영희와 후배 개그맨 임우일은 2012년초 윤제문 주연의 영화 '이웃집 남자'를 발견하고는 무릎을 쳤다.

"'이웃집 남자'는 중년의 깊숙한, '드러운'('더러운'의 사투리) 사랑을 표현한 영화에요. 그 영화에 정말 꽂혀서 우일 오빠와 함께 코너를 짜보자고 했죠. 코너 제목은 '임사장'으로 정했어요."

그러나 '임사장'은 우여곡절 끝에 엎어졌고 김영희는 충격으로 한동안 두문불출했다. 시간이 흐르고 김영희의 상대는 정태호로, 코너 제목은 '끝사랑'으로 바뀌고 한달간 다시 다듬은 이후에야 중년 남녀의 끈적끈적한 로맨스는 작년 말 첫선을 보였다. 김영희는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첫 녹화를 끝내고서 펑펑 울었다고 했다.

'끝사랑'의 꾸준한 인기 비결은 무엇보다 김 여사 그 자체인 김영희에 있다. 아줌마의 특성을 짚어낸 캐릭터로 웃음을 자아내는 개그맨들도 많지만 무대에 오른 김영희는 대체 불가능한 김 여사다. 그의 아줌마 개그는 우리 개그계의 소중한 자산이다.

"아줌마 연기요? 저주받은 체형도 한몫하는 것 같아요. 하하하. 그리고 제가 연기하는 아줌마는 '우리 동네 아줌마 중에 딱 저런 사람 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생활 속 아줌마인 것 같아요."

김영희는 1983년생이다. 김영희는 "아직 결혼도 안 한 여자가 아줌마를 연기한다는 부담은 없다"면서 "다만 '또 아줌마야'라는 소리는 안 듣고 싶다. 안 질리는 아줌마 연기를 계속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영희는 "레이더가 중년에 꽂혀 있다. 아줌마 아저씨들이 꼭 붙어서 다니는 모습도 보고 아줌마들이 꽂는 액세서리도 열심히 본다"고 말했다.

김영희는 '무서운 신인' 출신이다. 지난 2010년 KBS 공채 25기로 입사한 지 2개월 만에 독립 코너인 '두분 토론' 주연을 꿰차면서 유명세를 누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초년병인 김영희는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증에다 빨리 찾아온 큰 인기에 대한 부담감으로 "외롭고 힘들고 한번도 행복한 적이 없었던 시간"이라고 털어놓았다.

김영희는 "'두분 토론' 때 예민함이 극에 달했다. '안녕하십니까'와 '안녕하세요'를 두고 대사 토씨 하나를 어떻게 바꿀지에 매여 있느라 거의 외출도 안 했다. SNS 글들도 하나하나 다 뒤져보고 반응에 쉽게 흔들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두분 토론'에서 부와 명예가 시작됐고(웃음) 박영진이라는 좋은 선배를 만났다. 개그맨 인생에서도 정말 튼튼한 첫 단추를 끼운 셈인데 당시에는 악에 받쳐 살았다"고 회고했다.

김영희는 9개월이란 적지 않은 기간을 쉬고 새 코너 '희극여배우' 등을 거치면서 일에 대한 생각이 크게 변했다고 설명했다.

"옆과 뒤도 보면서 해도 되는 일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렇게 생각했더니 오히려 더 많은 일도 생겼어요. 지금 '끝사랑'도 악에 받쳐 연기하지 않아요."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을 소재로 캐릭터를 뽑아서 개그 연기를 하고 싶어요. 좋아하는 조선희 작가(사진작가) 카리스마를 본뜬, 가령 '남조선희' 사진작가 연기도 하고 싶고 영화 '시'에 나온 것처럼 봉사활동을 하면서 시 쓰는 청초한 아줌마 연기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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