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나무 잎사귀 서걱이는 소리

사이로 쫙 쫙 물 끼얹는 소리

놀란 콩새들이 이 나무 저 나무 날아가며

후유 후우유,

 

-<중략>-

 

열일곱 누이는 하필 툇마루 돌아나가는 뒤란에서

하얀 맨살에 찬물을 끼얹었을까

모두들 울력 나가고 매미 소리도 적요한

한여름 대낮,

 

어린 나는 도대체 푸른 열기를 식힐 수 없어

푸랭이 수박만 한 입, 두 입,

붉은 속살에 통째로 코를 박았다.

<감상> 성장한다는 일은 낯선 것을 받아들이는 일이다. 해수욕장으로, 계곡으로, 뒤란으로 한얀 맨살 드러내는 누이의 여름은 왔다. 시원한 수박 통 속으로 들어가 성적 욕망을 추스르는 소년의 모습이 성장통이다. 재밌다. (하재영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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