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종일 치맛자락 날리는
그녀의 종종걸음을 보고 있노라면
집 안 가득 반짝이는 햇살들이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푸른 몸 슬슬 물들기 시작하는
화단의 단풍나무 잎새 위로
이제 마흔 줄 그녀의
언뜻언뜻 흔들리며 가는 눈빛,
숭숭 뼛속을 훑고 가는 바람조차도
저 종종걸음에 나가떨어지는 걸 보면
방안 가득 들어선 푸른 하늘이
절대 공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제 발걸음이 햇살이고 하늘인 걸
종종거리는 그녀만 모르고 있다
<감상> 가정을 책임지는 주부의 잰 발걸음이 시행 사이사이로 사뿐사뿐 걷는다. 종종거리는 당신만 모를 뿐 남들은 그것이 가정의 울타리를 공고하게 하는 일임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종종 60년 이상 희로애락을 함께 한 부부 사이에서 많은 역경도 이겨냈음을 발견하게 된다. 형용할 수 없는 기운이 둘 사이 서려 있음을 보게 되는 이유는 종종거리는 발걸음이 있었기 때문 아닐까. (시인 하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