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 가운데는 잘못 쓰는 말이 많다. 집 관(館)자가 들어간 '체육관'을 아무 생각 없이 '실내체육관'이라 부른다. '체육관'이면 당연히 실내에서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인데 말이다. 기자들이 쓴 기사에 어떤 일의 주인공을 '장본인(張本人)'이라 흔히 쓴다. '장본인'은 어떤 일을 꾀하여 일으킨 바로 그 사람을 뜻하는데 부정적 의미로 일반적으로 사용된다. 가령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나 나쁜 일을 꾀한 사람 등을 지칭할 때 쓴다. 하지만 요즘은 좋은 일을 한 사람을 지칭해서도 '장본인'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기자들이 써 온 원고 교정을 보면서 거부감이 들어 좋은 일에 쓰인 경우 '주인공'으로 일일이 바꿔주고 있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용어들 또한 무심코 쓰는데 잘못된 용어가 많다. '위안부'를 부르는 명칭의 경우도 논란거리였다. 1930년대 초부터 일본 정부가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운영한 위안부에 대한 표현으로 가장 많이 쓴 것이 '정신대'와 '종군위안부'였다. 일본 정부는 '여성정신대'나 '여성근로정신대'라는 이름으로 전시(戰時)에 여성 노동력을 착취했는데,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위안부로 끌려갔다. 이 때문에 '정신대'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일본군 위안부'를 부르는 이름으로 굳어졌던 것이다. '정신대'는 성노예 생활을 한 '위안부'와는 전혀 별개다.

국립국어원이 최근 '위안부 기림비' 명칭이 부적절하다면서 변경할 것을 권고했다. 최근 미국에 7번째로 세워진 '위안부 기림비'의 명칭이 사안의 실상을 드러내는 데 적절하지 않다며 외교부에 '종군 희생여성 추모비'로 바꿔줄 것을 권고한 것이다. 국어원은 '기림'이라는 단어가 '뛰어난 업적이나 정신, 위대한 인물을 칭찬함'이라는 뜻을 담고 있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게 적합한 표현이 아니라는 항의성 민원이 국민신문고를 통해 여러 차례 접수됐다고 했다. 국어원은 '기림비'의 대체어로 '추모비'나 '추념비', '넋 기림비' 등을, '위안부'란 표현 대신 '종군 희생여성', '종군 성노예'를 쓰는 쪽이 위안부 강제 동원의 심각성을 드러내는 데 더 적절하다고 권고했다. 하지만 '종군(從軍)'이라는 표현도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군을 따라간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서 권고 단어의 '종군'이라는 표현도 영 눈에 거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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