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갈 태일 편집위원

군복무 기간이 반드시 잃어버린 회색터널은 아니다.

군대에서 사법고시를 합격한 자도 있고 특허를 출원한 군인도 있다. 여덟 개의 자격증을 따내 취업한 사람도 있고 뚱보로 입대해서 '몸짱'으로 제대한 자도 있다. 군대를 최대한 선용한 사람들이다.

잘못된 군사문화도 있다. 내무반을 수용소로 만드는 일이다. 심리학자 아렌트(H, Arendt)는 나치즘의 수용소에서 온갖 고초를 당했다. 그의 저서 '전체주의 기원'에는 수용소란 인간성자체를 말살하고 생존에만 반응하는 '파블로프의 개'로 만든다고 고발했다. 도덕적 자아가 살해되면서 살아남기 위한 본능만 존재하기 때문이다.

22사단 총기 난사사건과 28사단 가혹행위 사망 사건을 보면 아렌트의 고발이 생각난다. 군 입대를 앞둔 젊은이도 불안하다. 부모들은 더욱 조마조마하다. 면회 온 아버지는 목욕탕부터 데리고 간다고 한다.

윤 일병 구타사망사건은 군(軍)기강이 무너졌기 때문이다. 내무반이 가해병사들의 사설 고문실로 만들었다는 혹독한 비난도 따른다.

군인은 어떤 경우에도 구타·폭언, 가혹행위 등 사적 제재를 행해서는 안 된다는 '군인복무규율'을 휴지조각으로 만들었다. 법규와 명령에 대한 자발적인 준수와 복종이라는 '군인복무강령'도 무색해졌다.

군사시스템은 제도문화다. 관련제도를 바람직하게 개혁하면 군대생활도 순(順)방향으로 바꾸어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견해다.

군에서도 가혹행위 고발의 보장과 포상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내무반문화에 대한 기본발상을 바꾸는 일이다. 암행감독이나 민간인 옴부즈맨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정규훈련은 엄하게 받되 내무반 생활은 가족처럼 서로 챙겨주는 '안방'문화로 바꾸는 것도 방법이다.

모두 존칭어를 쓰게하는 방안도 해볼 만하다. 어느 연대장이 실험을 한 결과 화기애애하고 사고가 줄었으며 사기가 높아 무엇이든 경쟁에서 이겼다는 사례가 있었다. 그러나 완고한 지휘관들이 "어떤 썩을 놈이 군대를 망친다"는 식으로 반발하여 결국 취소되었다.

대만 군대는 직통전화가 생긴 후 구타가 근절되었다고 한다. 문제 발생시 강력한 처벌과 외부와의 소통이 핵심대책이 될 수 있다. 군대도 셀프컨트롤이 필요한 만큼 완벽한 감독체제를 갖추라는 뜻이다.

또한 무조건 적개심을 부추기는 교육도 개선해야 한다. 인성파괴 교육이란 비판이 있다. 일본군이 동포애 근절과 민족말살 정책을 실현하기 위한 음모로 무조건 적대의식을 갖게 했다. 군인의 본성인 것처럼 호도했고 대물림교육으로 지금껏 이어져왔다는 것이다. 당연히 청산되어야 하고 정당한 사명감이나 자부심을 길러주는 군사교육이 필요하다.

지난 6일 '민·관·군 병영문화 혁신위원회'가 출범했다. 군의 악습을 없애고 군내 인권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군인으로서 사명감을 고취하고 내무반 문화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기를 바란다.

항간에 떠도는 '참으면 윤일병, 못 참으면 임병장'이란 비아냥거림이 사라져야 한다. 휴가 나온 28사단 관심병사 2명이 또다시 자살했다는 비보를 접한다. 이제 병영문화개선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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