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굿바이, 콜럼버스 =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불리는 필립 로스(81)의 첫 소설집 '굿바이, 콜럼버스'(문학동네)가 국내 초역 출간됐다.

이 작품은 로스의 처녀작이자 출세작이다. 스물여섯 살에 발표한 이 작품으로 로스는 전미도서상을 거머쥐며 단숨에 주목받는 작가로 떠올랐다.

표제작인 중편 '굿바이, 콜럼버스'를 비롯해 '유대인의 개종' '신앙의 수호자' '엡스타인' '노래로 그 사람을 판단할 수는 없다' '광신자 엘리'의 단편 5편이 실렸다.

폴란드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유대계 미국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유대인 사회는 물론 미국 사회 전반의 도덕적, 종교적 위선과 허위를 꼬집는다.

20대 중반에 쓴 작품답게 문장이 경쾌하고 활력이 넘친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톡톡 튀는 위트는 유쾌함을 선사한다. 그렇지만 섬세한 인물 묘사 등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솜씨는 신인 작가답지 않게 노련하다.

로스의 팬이라면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으로 우뚝 선 로스의 청년 작가 시절 매력과 만날 기회다.

작가에게 퓰리처상을 안긴 대표작 '미국의 목가'를 비롯해 '에브리맨', '울분', '포트노이의 불평' 등 로스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긴 정영목 이화여대 통번역대학원 교수가 번역했다.

480쪽. 1만5천500원.

△ 숫자로 보는 세계화 교과서 = 세계화의 문제는 어느 한 영역이나 주제, 한 지역과 국가적 차원에 국한해서 조망할 수 없는 거대한 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총체적 연관성과 상호 영향을 파악하는 데 인포그래픽만한 도구가 있을까? 개발정책 분야에 천착해온 독일의 카를-알브레히트 이멜 기자와 그래픽 디자이너인 클라우스 트렌클레는 모두 14개 분야, 80여 개 주제를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 그래픽으로 보여준다.

'88만원 세대'의 저자 우석훈 씨는 "세계화에 관한 종합적이면서 무겁지 않은 한 권의 교과서"라고 말했다.

서정일 옮김. 현실문화. 344쪽. 1만6천원.

△ 프리덤 서머, 1964: 자유와 평등, 민권운동의 이정표 =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령 이후에도 미국 내 아프리카계 흑인들의 온전한 시민권 확보는 오랜 기간 요원한 일이었다.

1964년 여름, 하버드와 예일 등 중산층 명문대 재학생들이 주축이 된 700명이 넘는 대학생들이 인종분리와 백인우월주의, KKK단에 대항해 학생비폭력실천위원회(SNCC)와 함께 미시시피에서 흑인 민권운동가들과 결합한다.

이들은 가난한 흑인의 판잣집에 머물며 계몽과 인권 옹호 운동을 벌여나가지만 앤드루 굿먼, 제임스 체이니, 마이클 슈워너 등 세 활동가가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어 KKK단이 이들을 살해한 것으로 추정되자 온 미국이 들끓는다. 활동가들은 미시시피 전역에서 민권운동을 전개하고 교회가 불타 잿더미가 되는 등 폭력은 더욱 격화되어만 간다.

저자 브루스 왓슨은 이른바 '프리덤 서머'의 열풍을 조명해 미국 내 인종평등의 달성이 얼마나 많은 사람의 희생을 토대로 했는가를 웅변적으로 보여준다.

이수영 옮김. 삼천리. 576쪽. 2만5천원.

△ 장서의 괴로움 = "이러다가 집이 무너질지도 몰라. 장서의 정리술이 필요해!" 독서인구가 나날이 줄어드는 시대에 저자는 시대착오적으로 보일 법한 장서 정리술을 늘어놓는다.

목조로 된 집이 장서 무게로 내려앉을 위기에 놓인 저자.

읽을 부분만 찢어서 스테이플하기, 영양가 없는 부분은 솎아낸 뒤 여러 권을 한 권으로 제본하기, 한번 읽은 소설은 무조건 버리기. 보통 사람들이라면 의아해질 방법들을 열거하지만, 왠지 그 편집광적 노력에 살갑고 애착을 느끼는 당신이라면 이미 독서광이다.

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정수윤 옮김. 정은문고. 248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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