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을 완성하고 마침표를 찍는다

끝이라는 거다

 

마침표는 씨알을 닮았다

하필이면 네모도 세모도 아니고 둥그런 씨알모양이란 말이냐

마침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란 뜻이다

 

누구의 마침표냐

반쯤은 땅에 묻히고 반쯤은 하늘 향해 솟은

오늘 새로 생긴 저 무덤

무엇의 씨알이라는 듯 둥글다

 

또 하나의 시작이라는 거다

<감상> 학생 때였다. 어떤 사람이 책 한 권을 읽다가 숨을 거두었다고 했다. 그 이유는? 책 속에 마침표, 쉼표가 없어서 책을 읽으며 숨 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냥 웃자고 하는 이야기지만 당시 꽤나 그럴 듯한 말 같았다. 무덤을 보면서 반은 땅에 묻힌 씨앗이라 생각하는 시인의 상상력에 충분히 공감한다. 씨앗이 썩지 않으면, 씨앗이 죽지 않으면 새로운 싹을 틔울 수 없음을 우리는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마침표는 또 하나의 씨앗임에 틀림없다. 끝이 끝이 아니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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