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 손 안에서 세계 어디든 한 눈에 볼 수 있는 스피드시대에 제사 지내는데, 1시간 30분이나 걸린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것도 아무 소득도 없어 보이는 의례라면 더욱 이해할 수 있을까?

어찌 보면 이런 비효율은 배격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게 차츰 증명되면서, 이제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빨리빨리' 대신 '느림'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 시대의 변곡점에서 지난 3일 문경향교(전교 고영조)는 고윤환 문경시장을 초헌관으로, 이응천 문경시의회 의장을 아헌관으로, 남기성 예절문화원장을 종헌관, 양윤석·홍규탁 유학을 분헌관으로 봉청하고, 현한근 문경문화원장 등 유림·문경향교 장의 등 6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4년 추계석전을 봉행했다.

향교는 조선시대 국립교육기관으로 교육공간인 명륜당과 제향공간인 대성전을 배치하고, 예학을 기본으로 사람의 인성을 수행하는 교육과정을 편성해 운영돼 왔다.

그러나 근대에 서양식 학교가 설립되면서 교육공간은 비게 됐으며, 제향공간만 지역의 유림들에 의해 유지되면서 매년 봄과 가을에 석전을 올리고 있다.

문경향교 제향공간인 대성전에는 공자와 증자, 안자, 자사, 맹자 등 5성(聖)과 송조 4현, 동방 즉 우리나라 18현이 모셔져 있다.

이날 석전은 전폐례, 초헌례, 아헌례, 종헌례, 분헌, 음복례, 망예 순으로 진행됐으며, 고영조 문경향교가 상례로 자리한 가운데, 진석희 장의가 집례를, 김기동 장의가 대축을 맡았다.

고영조 전교는 "석전이 비록 절차가 길고 느리지만, 매사가 빠르고, 경제적으로 효율적인 것만이 사람들에게 유익한 것이 아니라."며, "성인과 성현들을 생각하는 이런 의례를 1년에 몇 차례 참여하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삶을 더욱 풍성하게 살찌우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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