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 만큼 미묘한 차…부산 ‘동남권’, 대구·경북 ‘남부권’ 선호

부산·대구·울산·경북·경남 등 5개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입지 선정을 두고 신경전을 벌이는 신공항 이름은 뭘까.

9일 경남도에 따르면 정부가 최근 항공수요를 조사하고 입지 타당성 조사를 앞둔 신공항은 입장에 따라 남부권, 동남권, 영남권 공항 등으로 제각각 불리고 있다.

신공항 건설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달 25일 신공항 수요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 '영남지역 공항'이라고 표현했다.

영남지역은 5개 지자체 모두를 포함한다.

국토부는 그때 "김해공항이 2023년께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며 "신공항 건설 타당성이 입증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이전에는 그냥 '신공항'이라고만 했다.

신공항 앞에 아무런 이름을 붙이지 않은 것은 입지를 둘러싸고 부산시와 대구시·경북도 등이 과거에 빚었던 첨예한 갈등을 애써 피하려는 것으로 여겨진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공약에도 '신공항'이라고만 표기돼 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부산 가덕도와 경남 밀양의 두 입지를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유치 전쟁'을 치렀던 부산과 대구·경북은 각각 다른 이름을 쓰고 있다.

부산은 '동남권 신공항'을, 대구·경북은 '남부권 신공항'을 각각 선호하고 있다.

동남권은 한반도의 동남쪽인 부산·울산·경남지역으로 800만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 신공항 추진이 백지화됐던 2011년 3월 30일 전까지 동남권 신공항이라고 불렸다.

동남권에서 대구와 경북이 제외되기 때문에 대구·경북은 이를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대구·경북이 즐겨 쓰는 남부권은 충청 이남의 영·호남 권역을 아우르며 2천만 명이 살고 있다.

남부권은 인천국제공항과 대칭되는 개념으로 수도권 국제공항을 보완하는 '투 포트'(Two Port) 전략을 담고 있다고 경남도 관계자는 설명했다.

경남도는 대구·경북의 손을 들어줬다.

경남도는 동남권과 남부권의 의미가 다른 만큼 남부권 신공항으로 표기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반면 부산은 남부권 표기를 원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신공항이 동남권을 대표할 때 부산 가덕도, 남부권 전역을 아우를 때 밀양 입지가 각각 유리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하나의 신공항을 두고 지자체들이 아전인수격으로 각기 다른 명칭을 쓰는 가운데 신공항 입지와 함께 이름도 어떻게 정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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