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치는 삶이 싫어 벼랑을 올랐을까
인적 드문 육교 위 탁발 수행 저 여자
땀 절은 발자국을 찾아
견고하게 엎드렸다
몇 장의 지전들이 경전처럼 펼쳐지는
허공의 모서리가 방주처럼 안온해도
움켜진 두 손과 무릎
여전히
바닥이다
<감상> 바닥을 벗어나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사람이다. 허공의 한 모서리 세속과 멀리 떨어진 곳이라 해도 그곳 역시 바닥이다. 사람은 수준 높은 정신을 추구하기 때문에 성인(聖人)의 말씀에 귀 기울이고, 그들의 행적을 본받으려 한다. 수행자는 인간의 냄새가 많은 곳에서 멀리 떨어져 자신을 들여다보며 지고지순한 세계를 위해 기도하는 자가 될 때 진정한 수도자가 될 수도 있다. (시인 하재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