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집집이 낡은 유모차 한 대씩 있다

아기차가 아닌 어르신들의 차다

언제부턴가 자식들이 구해 준

낡은 유모차가 들어오면서 노인들은 몸을 맡겼다

평생 흙을 파며 살아온 이들에게

도시 사람들보다 지병이 더 많다

육체는 낡아 뼈 마디마디 구멍이 뚫려 바람이 나온다면서

물리치료며 약이라 하여 이 병원 저 병원 다녀 보지만

유모차보다 못하다

경로당 갈 때도, 마실 갈 때도

어디든 동행하는 낡은 유모차의 위력은 자동차만큼이나 크다

거친 손에서 삶의 고랑을 헤듯

아픈 다리를 끌며 세월의 무게를 느낀다

농촌에서 남은 생을 유모차에 지탱하고

봄을 기다리듯 회복을 기다린다.

<감상> 도시든, 농촌이든 유모차에 의지해서 움직이는 노인들의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 그 노인들도 팔팔한 젊은 때가 있었다. 신나게 걷고, 빨리 말하고, 판단력도 빨랐던 젊은 시절. 시간의 흐름은 세월이란 단위로 사람을 회복할 수 없는 늙은이로 만든다. 그들에게 봄이 오길 바라지만 시간을 되돌린다는 것은 가당치 않는 일. 그 자체를 인정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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