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릴 것 다 가리고

손에는 손만 잡았으니

부끄러울 일이 있느냐며

하필이면 거길

그것으로 비벼내는 몸놀림

벌써 몇 시간째

지칠 줄 모르는 너의 체력

식을 줄 모르는 나의 오르가슴

해는 낯뜨겁다며 붉고

길은 민망스럽다며 달아나고

짓궂어라 그대

몰아일체 자전거여

<감상> 종종 시를 읽으면서 시의 중의적 표현에 감탄할 때가 있다. 그런 것이 시의 찰진 맛일 수 있다. 김광균의 시 '추일서정'에서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란 표현이 있다. 가치 없음을 낙엽과 망명정부의 지폐가 절묘하게 보여주듯, 시 언어 이면에 숨겨진 의미를 찾다보면 한층 시 읽는 즐거움이 크다. 자전거 사랑이 깊으면 이런 시도 쓸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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