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앉아 있으면 내가 자꾸 작아진다

작아지고 작아지다가 점이 된다

 

점이 점점 더 조그마해진다

 

눈 뜨지 않고 앉아 있으면

 

보일 듯 말 듯 하던 점 하나

 

차츰차츰 더 커지기 시작한다

 

구르는 눈덩이처럼 자꾸 더 커진다

 

또다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무거워진다

<감상> 흔히 사용하는 말이면서 쉽게 설명하기 힘든 언어들이 많다. 미망(迷妄)도 그 중 하나다. 뜻을 사전에 찾아본다. '사리에 어두워 실제로는 없는 것을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갈피를 잡지 못한 채 헤맴'이라 쓰여 있다. 자신의 존재를 인식한다는 일은 지극히 작은 일이면서 또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엄청 큰일이다. 가벼운 일과 무거운 일이 우리의 일상은 뫼비우스의 띠로 혼재해 있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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