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를 위해 보여주는 술 담기는 자주 실패하고, 술이 돼도 오래 가지 않고 쉬 쉰다. 정신이 흐트러지기 때문인 것 같다."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경주최씨 집안의 전통주 중요무형문화재 '경주교동법주' 명예보유자 배영신 할머니가 생전에 한 말이다. 정신을 차리지 않고 술을 담그면 술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또 교동법주는 제대로 담그면 그 맛이 100일을 넘게 갈 정도로 잘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교동법주는 월성 서쪽에 있는 경주 교동 최부잣집에서 대대로 빚어온 전통 술이다. 이 술을 처음 빚은 사람은 조선 숙종 때 궁중음식을 관장하는 사옹원(司饔院) 참봉을 지낸 최준국이었다. 법주를 만들 때는 최씨 집 안 마당의 우물물을 쓴다. 이 우물은 사계절 물의 양이 변하지 않을뿐더러 물맛이 좋기로 이름났다. 법주의 주원료는 토종 찹쌀이고, 물과 누룩으로 빚는 순 곡주다. 잘 익은 법주는 밝고 투명한 미황색이다. 곡주 특유의 향기와 단맛, 약간의 신맛을 갖고 있다.

배영신 할머니는 이같은 재료와 방법, 절차에 따라 술을 담그더라도 사람의 정신이 배지 않으면 제 맛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경주최씨 집안은 '과거를 보되 진사 이상의 벼슬은 하지 마라, 1년에 만 섬 이상의 재산은 모으지 마라, 흉년에는 남의 논밭을 사지 마라, 집에 온 손님을 후하게 대접하라,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가문에 시집 온 며느리들은 3년 동안 무명옷을 입도록 하라'는 육훈(六訓)을 실천, 300년 이상 부(富)를 유지했다.

올곧은 정신과 철학이 없이는 그토록 오래 부를 유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물며 그 가문의 술을 빚는데도 정신이 담기지 않으면 쉬 쉰다니 말이다.

최근 경북도 공무원교육원 교육생 46명이 경주 최부잣집을 방문해 그 정신을 배우는 시간을 가졌다. 도내 23개 시군과 도 본청 등에서 행정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교육 참가 공무원들이 바른 정신을 갖는다면 경북도의 발전을 크게 앞당기고, 오래 유지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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