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숲으로 가면

숲이 바람에 기대어 울고 있다

작은 나무 하나 소리죽여 울고 있다

 

작은 바람에도 소리 내어 울고 있다

거미줄 사이에서

새의 날개 속에서

고요히 잠자고 있던 바람이

소리 없이 나무에 기대어

울고 있다

 

바람이고 싶은 날

숲으로 간 나는 나무가 된다

<감상> 세상, 바람처럼 떠돌다 가는 것이 삶이라고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사람이 있다. 일면 그런 말에도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바람이 사람의 생이고, 우리 인간이라고 이 시는 아닌게 아니라 이야기하고 있다. 종종 바람처럼 어디론가 후딱 떠나고 싶은 날이 있다. 결국 머물 곳 숲의 나무 사이고 묵묵히 서 있는 나뭇가지 위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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