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는 노숙이 추천한 방통의 용모가 별로인 것을 보고 작은 고을 현령으로 보냈다. 천하를 요리할 수 있는 재질과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못생긴 용모 때문에 왕따를 당하는 신세가 됐다. 현령으로 부임한 방통은 공무는 뒷전이고 매일 술로서 나날을 보냈다. 그 사실이 유비의 귀에까지 들어와 유비는 장비를 보내 사실여부를 확인하고 누구든 직책을 소홀히 한 자는 엄히 다스리라고 했다.

관아로 간 장비는 대낮인데도 취기가 가시지 않은 방통을 보자 "어찌 감히 공무를 팽개치고 술에 절어 있소."하고 따졌다. "기껏 사방 백리가 될까 말까한 작은 고을의 공무가 해봐야 뭐 그리 어려울 게 있겠소. 지금 당장 다 처리해 보이겠습니다." 방통은 아랫사람에게 그동안 묵혀두었던 서류를 가지고 오게 했다.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들을 반나절이 안 돼 명쾌히 처리했다. "조조 손권에 대해서도 제 손금 보듯 하는데 이 작은 고을에 온 신경을 쓸 일이 있겠습니까." 장비는 돌아와서 유비에게 방통을 높이 평가, 큰일을 맡기게 했다. 제갈량은 "하늘같이 큰 새를 그렇게 좁은 조롱에 넣어두면 갑갑해 죽습니다."라고 했다.

미국남북전쟁 초기 북군이 남군에 연전연패하자 링컨 대통령은 지휘관들의 특성을 하나하나 분석했다. 어느 한 사람 결점이 없는 사람이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들 모두가 자신만의 장기도 가지고 있었다. 링컨은 지휘관들을 분석한 뒤 술꾼으로 소문난 그랜트를 북군 총사령관에 임명했다. "북군이 드디어 망조가 들었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그러나 링컨의 그랜트에 대한 신뢰는 요지부동이었다. 그랜트의 총사령관 임명이 북군 승리의 전환점이 되자 비록 술꾼이었지만 전쟁에는 통달한 명장임이 입증됐다.

음주추태 이유로 불명예 전역된 군사령관이 국방부 감사관실의 확인 결과 추태를 부리지 않았음이 밝혀져 성급한 졸속조치였음이 드러났다. 대통령이 링컨처럼 신뢰와 아량을 베풀었으면 4성장군의 앞길을 망친 억울한 전역을 예방할 수 있었을 것이다. 참 아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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