何陋之有 (하누지유) 군자가 거처함에 어찌 누추함이 있으랴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중국이 공자의 도를 받아들이지 않자, 공자가 개탄하는 말이다. 구이(九夷)에 가 살려고 했다는 말은 고향이고 고국인 중국을 떠나 "구이가 사는 동쪽으로 갈까 보다"라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논어의 또 한 군데서도 "뗏목이라도 타고 동이(東夷)의 나라로 갈까"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를 살펴볼 때, 공자가 동쪽으로 바다를 건너 우리나라 땅으로 오려고 한 것이 사실이라고 판단된다. 그러나 차마 실행하지는 못하였다.

공자가 구이로 가려 하자 옆에 있던 어떤 사람이 말하기를 "누추한 미개지인데 어찌 가려 하십니까?" 하며 걱정하니, 공자가 답하기를 "군자가 사는데 무슨 누추함이 있겠는가?" 하였다. 이 글은 두 가지로 해석된다.

첫째는 어떤 나라가 누추하고 아니 하고는 정신문화의 수준이지 물질문화의 수준에 달린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공자가 간다면 곧 군자가 가는 것인데, 그러면 군자가 사는 곳이 된다. 군자가 사는 정신수준이 높은 곳을 어찌 누추한 곳이라 할 수 있겠느냐는 뜻이다.

둘째, 당시 구이는 군자들이 많이 사는 도덕군자의 나라다. 그러므로 문명이 아직 덜 보급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높은 수준의 정신문화를 가진 곳이니까 누추한 곳이라 볼 수 없다는 말이다. 종래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군자의 나라 또는 '동방예의지국'이라 칭하였으니, 둘째의 해석도 가능하다고 본다. 그리고 구이란 당시 중국 동방에 살던 동이족으로서 아홉 겨레를 말한다. 구이란 곧 동이이고 그 주류는 우리의 선조였으며 공자 당시로는 고조선 또는 기자조선의 시대다. <자한편>

一. 공자께서 구이에 가서 살기를 원하셨다.

子欲居九夷(자욕거구이)

二. 어떤 이가 말하기를, 누추한데 어쩌시려 합니까?

或曰 陋 如之何(혹왈 누 여지하)

三.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군자가 거처하는데 어찌 누추함이 있겠는가?

子曰 君子居之 何陋之有(자왈 군자거지 하누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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