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운영하던 벽돌공장에서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중 한 소년이 세찬 비를 만났다. 길은 순식간에 흙탕물로 진창이 되었다. "시청공무원들은 대체 뭐 하는 거야." 흙탕길을 가는 사람들이 불평을 쏟아내는 것을 본 소년은 생각했다. "왜 어른들은 불평만 하면서 저 길을 고칠 생각은 않을까?" 소년은 다짐했다. "저 길에 벽돌을 놓아야겠다." 다음날 소년은 아버지에게 말했다. "오늘부터 집에 갈 때 벽돌 한 장씩 가져가야겠어요. 벽돌 값은 제 임금에서 제하세요." 소년은 그날부터 매일 벽돌 한 장씩을 길에 깔기 시작했다. 그러나 길에 벽돌을 다 깔려면 몇 달 아니, 몇 년이 걸릴지도 몰랐지만 소년의 결심은 단호했다. 한 달 후 길에 서른 장의 벽돌이 나란히 놓여 있는 것을 본 마을 사람들이 소년으로부터 자초지종의 사정을 듣고 감동, 소년의 벽돌깔기에 동참키로 했다.

그날부터 마을사람들의 손에는 저마다 벽돌 한 장씩이 들려있었다. 몇 년이 걸릴 지도 몰랐던 진창길은 얼마 안 있어 벽돌길로 말끔히 단장됐다. 길 단장을 선도한 이 소년이 훗날 세계 최초로 백화점을 만들었고, '고객은 왕이다'라는 말을 신문광고에 처음 쓴 미국의 백화점왕 존 워너메이커다. 미국 23대 대통령 벤자민 헤리슨은 초등학교 2학년의 학력이 전부인 존을 불러 그에게 체신부장관을 부탁했다. "당신의 사업수완과 리더십, 도덕성에 대한 소문이 자자하오." 존 워너메이커는 체신에 대한 전문성은 부족했지만 어느 누구보다도 장관직을 훌륭히 수행,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당정협의도 없이 '대학반값등록금'을 언급, 촛불시위까지 자초해 일파만파, 파문을 일으킨 바 있는 황우여 교육부장관이 수능출제 오류 인정과 서울시교육감의 자사고 지정 취소로 진퇴를 걸어야 할 만큼 딜레마에 빠졌다. 인기영합이 몸에 밴 정치인 출신으로 교육 전문성과는 거리가 먼 황 장관이 이 설상가상의 난제를 해결하고 교육 대혼란을 수습할 수 있을 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황 장관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워너메이커의 리더십이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