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명장 전기가 제나라에서 도망쳐 초나라에 왔다. 초나라 왕은 전기에게 제나라의 군사력에 대해 물었다. "제나라가 신유를 사령관으로 초나라와 싸운다면 초나라는 5만의 군대로 이길 수 있습니다. 만약 제나라가 면자를 사령관으로 초와 싸운다면 초나라 군대를 모두 출병시켜도 망국만을 겨우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초왕은 그 이유를 물었다. "신유라는 인물은 오만방자하고 인재를 푸대접하고 보통 사람은 얕잡아봐 인재와 보통사람 모두가 그를 위해 일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면자라는 인물은 인재도 존중하고 보통사람도 아껴 상하의 모든 사람들이 그를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길 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와 힘을 겨루면 겨우 화를 면할 수 있을 뿐입니다." 훗날 초나라와 제나라의 관계는 전기가 예언한대로 판명이 났다.

 삼성라이온즈가 프로야구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4연패를 이룬 원동력은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제나라 면자의 리더십을 닮은 류중일 감독의 믿음과 신뢰가 듬뿍 담긴 '형님 리더십'이었다. 2011년 1월5일 류중일이 삼성라이온즈의 13번째 사령탑이 됐을 때 전문가들은 "능력과 리더십이 있는 것은 틀림없지만 경험부족 때문에 좋은 성적을 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은 빗나갔다. 류중일 감독은 2011년부터 2014년 올해까지 김응룡, 김성근 감독도 해내지 못한 프로야구 사상 첫 4연패를 창조했다.

 4연패를 이룬 잠실구장은 류 감독과 인연이 깊다. 잠실야구장의 제1호 홈런의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1982년 7월 잠실구장에서 열린 우수고교 초청경기에서 경북고 선수로 참가, 홈런을 날렸던 것. 삼성에서만 선수로 13년, 코치 11년을 지낸 류 감독은 누구보다도 삼성야구를 가장 정확히 꿰뚫어 봐 선수 관리의 달인이다. "나는 절대로 명령조로 말하지 않고 상의 한다" 류 감독의 신조다. '명선수가 명감독이 되기 어렵다'는 통설을 깬 류 감독은 김재박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명 유격수였다. '류중일 리더십'이 모든 선수들을 춤추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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