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나사는 모두 왼쪽으로 돌리면 풀리고

오른쪽으로 돌리면 조인다

가스기사가 LPG통을 배달하고 갔는데 미심쩍어서

가스통 그 차가운 밸브를 오른쪽으로 더 조았다

꽉꽉- 감았다

풀 때 생각을 않고 무조건

가스가 샐까 의심했던 것이다

감는 내 손목에 시계를 보니

초침은 오른쪽으로 째깍째깍 감고

분침은 서서히 감고

시침은 기척도 없이 나를 감고 있었다

보니 포승줄 같다

너무 조여서

나사가 넘을 때까지 감을 것 같다

<감상> 조인다. 마개를 따고 닫고, 하루를 열고 마감하고, 지구 역시 태양의 둘레를 돌면서 우주의 한 부분을 (인간의 기준을 벗어나) 천천히 닫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를 쓰는 일은 일상의 잔일에서 글감을 발견하고 그것에서 심오한 인문학적 깊이를 넣으며 재발견하는 일이다. 어떤 일이든 너무 조이면 풀기 힘든 것이 사람살이다. (시인 하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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