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기강 흔드는 중요 정보 사전파악 위한 점검과 확인 국가안보 위해 반드시 필요

김찬곤 경북과학대학 교수

망명(亡命)은 정치나 사상·종교 등의 이유로 자기 나라에서 탄압이나 위협을 받는 사람이 다른 나라로 가거나, 몸을 숨겨 멀리 달아남을 말한다. 결국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떠나는 행위로 그 공동체 안에서 쌓아온 그동안의 모든 사회적 인간관계를 포기하는 것이므로 개인적으로는 상당한 희생을 각오해야하는 일이다.

그런데 최근 '사이버망명'이라는 것이 네티즌을 중심으로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자국 안에 서버를 둔 인터넷 게시판이나 SNS 등을 이용하던 사용자들이 어떤 이유에 의해 해외에 서버를 둔 시스템으로 옮겨가는 것을 의미하는데,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이곳저곳으로 전전한다는 면에서 '사이버난민'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우리나라 어떤 사람이 사이버망명을 했다는 것은, 몸은 망명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한 자신의 글은 한국 내에서의 서버가 아니라 외국에서의 서버를 이용하여 커뮤니케이션한다는 의미다. 실질적 망명에 비해 치르는 희생이 거의 없으니 망명이라는 말을 붙이기조차 머쓱해 보인다.

문제는 '저도 망명왔습니다'와 같은 글을 남기고 사이버망명을 하는 것이, 마치 영웅담이라도 되는 양 하는 일부 네티즌의 의식이다. 그들이 말하는 사이버망명의 가장 큰 이유가, 국가기관이 개인의 인터넷 활동을 감시하는 것에 기인한다하더라도 국가안보에 중요한 악영향을 미치는 커뮤니케이션의 수집조차 틀렸다고 하는 것은 올바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법을 먼저 고쳐야 옳을 일이지, 현재의 법이 잘못되었다며 '사이버망명'을 해야 한다는 것은 그 저의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물론 국가기관의 과잉검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하더라도, 그동안 소위 괴담을 퍼뜨려왔거나 그럴 가능성이 검증된 반사회적 인물들에 대한 적법한 감시, 국가 기강을 흔드는 중요 정보의 사전파악 등을 위한 점검과 확인은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불필요하거나 정도를 벗어난 검열에 대한 냉정한 질책과 제도적 안전장치의 요구가 필요한 일이지 그런 점검활동 자체를 아예 부정하는 일은 올바르지 않은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아무런 억압 없이 자신의 의견이나 주장을 나타낼 수 있는 권리라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사회적 혼란을 초래하는 그릇된 표현조차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는 것은 불합리한 것이다.

정부기관이 메신저 대화 등의 감시와 사찰에 지나치게 신경 쓰고 있지는 않은가에 대한 비판과 개인적인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으므로 절대로 신중해야 한다는 네티즌의 질책은 오히려 바람직하고 정정당당해 보인다. 그러나 잘못되었다면서 그런 시스템을 무조건적으로 벗어나겠다고 하는 발상이나, 사이버망명이 자신에게 현실적으로 아무런 피해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를 실행한 사람을 영웅시하는 일부의 시선은 결코 바람직하게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법 내에서는 더 이상 못살겠다고 열을 올리면서, 실제로 해외로 망명하지는 않고 사이버에서 망명한 사람을 표현의 자유를 찾아 떠난 정의로운 사람으로 치켜세워서는 안 될 일이다. '사이버망명'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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