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문학동네 작가상을 받은 소설가 이상운이 쓴 장편소설.

'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에는 육신뿐 아니라 정신까지 급격히 허물어지기 시작한 아버지를 바라보는 아들의 안타까움이 짙게 배어 있다. 주인공 나는 성인용 기저귀를 사야 하고, 헛것이 보이는 섬망에 고통받는 아버지의 모습을 물끄러미 지켜볼 수밖에 없다. 병원에 가면 잘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그저 믿음일 뿐이다.

"병원에서 잘해줄 테지 하는 기대와 믿음에 마음을 조금은 놓는다. 그러나 현실은 기대와 다르다. 이때부터 상황이 몹시 급박하게, 낯설게, 혼란스럽게, 고통스럽게 돌아가기 시작한다."(27쪽) 주인공은 자신도 아버지도 괴로운 연명치료 대신 인간적이고 안정적인 마지막 여정을 준비한다.

말할 수 없는 안녕

문학동네. 254쪽. 1만3천원.

△말할 수 없는 안녕 = 중앙일보에서 사회부, 문화부 등을 경험한 정강현 기자의 첫 소설집이다. 신문사 사건기자로서 경험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단편 소설 7편을 묶었다.

저자는 취재현장에서 느꼈던 사회의 구조적 모순들, 개인의 죽음 앞에 책임을 피할 수 없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소설로 재구성했다.

저자는 작가의 말에서 "이 책은 붕괴된 세계에서 특정 선택을 해야만 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인물들의 선택은 지금 우리 사회가 용인하는 도덕 범주에 속하지 않는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살아야 할 이유

푸른봄. 208쪽. 1만2천800원.

△살아야 할 이유: 자존의 철학 = 오랜 동료 둘의 자살을 목도한 미국의 시인이자 역사학자인 저자 제니퍼 마이클 헥트가 자살에 반대하는 철학적 성찰을 펼친다.

저자는 "우리의 삶과 경험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말한다. 역사학과 철학의 경계를 넘나들며 저자가 개인의 경험과 학문적 역량을 집중시켜 말하고자 하는 바는 "자살은 나쁘다"는 반(反) 자살론이다.

철학은 운명이다

소크라테스와 세네카의 죽음에서 보듯이 분명 서구적 전통 내에서 자살은 죽음에 당당히 맞서는 의미 또한 담고 있어 모순적 의미로 다가온다. 저자는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에밀 뒤르켕의 자살 반대의 논리, 알베르 까뮈의 실존주의 철학을 내세우며 살아야 할 이유에 대해 말한다.

삶은 누군가에게 시지푸스의 힘든 노동처럼 잔인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우리의 미래를 알 수 없으며, 가능성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의 마지막 말은 "우선, 삶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허진 옮김. 열린책들. 328쪽. 1만8천원.

△철학은 운명이다 = 인류역사상 가장 비범한 철학자와 사상가 9명이 품었던 의문점들을 화두로 쉬운 철학의 이해에 도전했다. 에피쿠로스와 몽테뉴·칸트를 통해 먹고 살기의 문제를, 데카르트·칼 융·쇼펜하우어를 통해 잠과 꿈의 문제를 다룬다. 저자 헬렌 S. 정 씨는 미 캘리포니아대 샌디에이고 캠퍼스 국제관계대학원에서 국제정치, 조지메이슨대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으며, 출판 기획자로 오래 일했다.

철학 전공자가 아닌 그가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플 만한 철학자와 사상가 9명을 한꺼번에 한 권의 책에 동원한 건 일견 무모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각자 철학자의 생전 문제의식들을 일상과 엮어 자신의 언어로 풀어낸 솜씨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주석 하나 달지 않은 채, 자신의 일상 경험과 지식을 사례로 대며 각각의 사상적 요체를 알기 쉽게 풀어갔다.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올해의 우수출판 콘텐츠 당선작이다.

인라잇먼트. 592쪽. 2만2천원.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