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 불황에 지갑 닫아…포항 중앙상가·전통시장 등 한숨만

"연말특수라는 말은 딴 세상 이야기인 듯합니다."

소비경기가 여전히 불황을 빠져나오지 못하면서 지역 골목상권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연말임에도 불구하고 얇아진 지갑탓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서민층이 늘고, 음주를 자제하는 송년문화가 자리를 잡아가면서 연말특수라는 말이 실종됐다는 분위기다.

크리스마스를 일주일 앞둔 지난 19일 오후 9시께 포항시 북구 대흥동 중앙상가 실개천거리는 텅 비어 연말 분위기 대신 경기불황의 한파가 오롯이 느껴졌다.

크리스마스 장식과 형형색색의 조명만이 불빛을 반짝이며 연말이라는 것을 알려줄 뿐 거리는 썰렁함 그 자체였다.

비슷한 시각, 젊은층이 주로 찾는 남구 상도동 젊음의 거리도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테이블이 모두 채워진 식당이나 주점은 흔치 않았다.

연말이 되면 예약하기도 쉽지 않았던 남구 이동과 오천읍 문덕리 식당들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주점을 운영하는 정모(42)씨는 "연말이라 매출이 더 늘어난 것은 없다. 지난달과 비슷한 수준이다"며 "예약도 가끔 들어올 뿐이라 연말 특수를 느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영일대 해수욕장 인근의 한 식당 주인은 "올해는 세월호 사고에다 지역 경기부진으로 전반적인 소비심리가 줄어들어 '연말에는 그래도 조금 나아지겠지'하고 기대했는데, 이 일대 식당가는 오히려 지난해 보다 손님이 크게 줄었다"고 한탄하며 "특히 가족단위나 소규모 모임이 있을 뿐, 20명 이상의 단체모임이나 예약은 좀 처럼 찾기 힘들다"고 한숨을 내 쉬었다.

포항지역 4천여개의 일반 음식점이 가입돼 있는 한국외식업중앙회 포항지부는 외식업 현황에 대해 더 좋지 않게 보고 있었다.

한국외식업중앙회 포항지부 관계자는 "예년 12월에는 연말모임 등으로 일손이 부족해 추가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곳도 많았지만, 올 연말에는 소규모 음식점이나 주점 등을 중심으로 대부분 매출이 20~30% 가량 감소해 연말 특수는 전혀 누리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특히 추운 날씨에 전통시장을 찾는 이들이 줄어 상인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죽도시장에서 회를 판매하는 상인들은 추운 날씨 때문에 시민들이 난방시설이 부족한 시장에 찾아오지 않는다며 어두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사정은 대형마트와 쇼핑몰 등도 마찬가지였다.

홈플러스 포항점에 따르면 작년 연말 대비 매출이 1.5%정도 감소했으며, 매장을 방문하는 고객도 이달만 하루에 200여명(5.4%) 감소했다.

또한, 남구 상도동 복합쇼핑몰 밸류플러스를 찾는 고객은 이달 들어 하루 500여명(9%) 줄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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