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에 '환두대도(環頭大刀)'를 차고 머리에는 두 가닥 새의 깃털을 꽂은 '조우관(鳥羽冠)'을 쓴 두 사람이 나란히 서 있다. 이 둘은 돌궐과 티베트에서 파견된 사신들과 함께 무엇인가를 바라보고 섰다. 7세기 중반 동아시아의 강국이던 고구려의 사신들이 파미르고원을 넘어 무려 5천여km 떨어진 실크로드 중간 기착지 사마르칸트에까지 간 증거다.

사마르칸트 국립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이 벽화는 7세기 당시 이 지역 소그디아 왕국의 바르후만 왕이 서기 650년경 궁전 안에 그린 것이다. 소그디아 아프라시아브 궁전은 이민족의 침략으로 폐허가 된 채 오랜 기간 땅속에 묻혀 있다가 구소련 시절이던 1965년 발견됐다. 소그디아 왕국은 지난해 1월 연세대 역사문화학과 지배선 명예교수가 이색 논물을 발표하면서 관심을 끈 나라다. 고구려의 바보 장군 온달(溫達)과 신라 김춘추의 호위무사 온군해(溫君解)가 이 왕국의 왕족과 혈연관계라는 주장이었다. 지교수는 두 온씨가 소그디아 왕족이라는 근거로 중국 사서인 '전당문(全唐文)'과 '북사(北史)'의 "소그디아는 강국(康國)이라 불렸으며 그 왕족은 온씨"라는 기록을 들었다. 소그디아는 현재 우즈베키스탄의 사마르칸트를 중심으로 5~8세기에 융성했던 나라다.

그저께 동북아역사재단이 우즈베키스탄 사마르칸트에 있는 아프라시아브 궁전 서쪽 벽화의 모사 복원도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중앙아시아실에서 공개했다. 고구려에서 먼길을 떠나 실크로드 왕국까지 간 고구려 사신들의 옷매무새와 얼굴 표정이 생생하게 되살아났다. 지난해 사마르칸트에 파견된 연구팀이 초고해상도 디지털카메라로 벽화를 찍은 뒤 현미경으로 들려다보면서 그림의 선을 복원했다고 한다. 소그디아 온씨의 국제적 활동과 고구려 사신의 모습으로 봐서 당시 유라시아를 잇는 실크로드의 교류가 활발했음을 알 수 있다. 내년에 경주에서 이들 실크로드 선상 국가들의 문화를 한 곳에서 볼 수 있는 축전을 연다. 경북도 주최로 2015년 8월 21일부터 10월 17일까지 경주에서 열리는 실크로드대축전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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