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속에는 삼신할미가 어미의 뱃속에 있는 아기의 엉덩이를 때리면서 '빨리나가라'해서 갓난아기 엉덩이에 푸르스름한 자국이 생겼다고 했다. 이렇게 태어날 때부터 엉덩이에 멍든 것처럼 퍼렇게 보이는 얼룩점이 몽고반점(蒙古斑點 Mongolian spot, )이다.

주로 몽골계인 아시아인과 아메리카 인디언들에게서만 볼 수 있다고 해서 이름 붙여진 몽고반점은 소수의 백인 아기에게도 나타난다. 하지만 백인은 멜라닌 세포가 잘 만들어지지 않아 몽고반점이 있다고 해도 잘 보이지 않는다. 흔히 몽고반점은 엉덩이에만 나타난다고 생각하지만 어깨나 허리, 손등, 발등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배아 발생 초기, 표피로 이동하던 멜라닌세포가 진피에 머물러 생긴 자국이 몽고반점이어서 태중 성장의 증표와 같은 것이다. 진피의 멜라닌세포는 출생과 동시에 서서히 없어져 생후 4~5년 이내에 대부분 사라진다.

그런데 이 몽골반점은 우리민족에게 슬픈 역사의 기억으로 봐야 한다. 몽골은 1231년부터 1251년까지 무려 28년 동안 7차례에 걸쳐 고려를 침공했다. 전쟁기간을 포함해 130년 동안 몽골풍이 유행할 정도로 우리 민족을 지배했다. 당시 고려의 가임여성 40만명 중 절반이상을 몽골군이 유린했다. 몽골 사람들이 지금도 한국을 '솔롱궈(무지개의 나라)' 또는 '어머니의 나라'라고 부르는 의미도 되새겨봄직한 대목이다.

어제 관동대학교 의대 제일병원 신손문 교수팀이 지난 2012년부터 2013년까지 한국인 부모 사이에서 출생한 신생아 1천964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몽고반점을 97.1%나 타고났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 갓난아기의 몽고반점 발생률이 같은 몽골계인 일본이나 중국보다 월등히 높게 나타난 것이다. 몽고반점은 일본이 81.5%, 중국이 86.3%, 미국 인디언이 62.2%, 서양인 6.2% 정도 나타난다. 신 교수가 한국의 신생아에 몽고점이 많은 것은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고 했는데 몽고 침략을 받은 역사의 흔적이지 않을까. 몽고반점 발생률이 높다고 해서 순수한 몽골리안 혈통이라고 우쭐댈 일만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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