譬如爲山 (비여위산) 공부는 산을 쌓는 일에 비유할 수 있다

윤용섭 한국국학진흥원 부원장

이 글은 산을 쌓아 만드는 일에 빌려 공부가 무엇인가를 쉽게 가르친 명문이다. 간혹 "공자의 도를 배우고 유교의 경전을 공부하는 일이 매우 어려워 보이는데, 만일 공부하다가 중도에 그치면 아무것도 아니지 않느냐?"라는 질문을 받곤 하는데, 공자의 이 말씀은 적절한 답이 될 수 있겠다. 공부는 내가 하는 것이라서 그 효과는 완전히 나의 몫이다. 비유하건대, 산을 만들 때 한 삼태기의 흙을 붓지 않아 산을 못 이룬다 해도 그만둔 것은 내가 그만둔 것이라, 나의 산이 미완성될 뿐이다. 또 평지에 한 삼태기의 흙을 쌓아 올렸다 하면, 쌓은 것은 내가 쌓은 것이니, 그만큼의 산(?)은 만들어진 것이다. 아무리 조그마한 노력이라도 나아간 것은 나아간 것이라는 말씀이다.

요즘의 일로 비유하면, 내가 자동차를 몰고 서울에서 강릉으로 간다 할 때, 서울에서 10킬로미터를 갔어도 그만큼 간 것이요 100킬로미터를 달렸다면 또 그만큼 강릉에 가까워진 것이다. 만일 대관령에서 멈추고 쉰다면 그냥 내가 대관령에 있는 것이요 강릉에 간 것은 아니다. 그런데 그것도 나의 몫이라, 강릉에 안 간 책임과 현 위치까지 온 성과가 오롯이 나의 것이란 말이다.

공부는 하는 만큼 정확하게 나를 성장시킨다. 지식이 많아지고 안목이 높아지고 도량이 커지며 용기가 자란다. 하고 안 하고는 나에게 달렸고 그 효과도 내가 받는다. 어느 누구라도 대신 공부하고 대신 받을 수는 없다.

<자한편>

子曰 공자께서 말씀하시길

一. 비유하건대, 산을 만들 때 한 삼태기의 흙을 붓지 않아 산을 못 이룬다 해도

譬如爲山 未成一? (비여위산 미성일궤)

二. 그만둔 것은, 내가 그만둔 것이요.

止 吾止也 (지 오지야 )

三. 비유하건대, 평지에서 한 삼태기의 흙을 쌓아 올렸다 하면

譬如平地 雖覆一? (비여평지 수복일궤)

四. 나아간 것은, 내가 나아간 것이다.

進 吾往也 (진 오왕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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