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 속에 일을 담고 기계 안에 혼을 심는 지혜로운 사회 만들자

▲ 신상형 안동대 교수
4월 1일은 만우절이다. 서양에서 이 날은 거짓말을 하거나 장난을 쳐도 나무라지 않는 풍습이 있다. 만우절의 유래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프랑스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만우절은 춘분 날짜를 지정하는 것과 관계가 있었다. 율리우스 달력을 쓰던 때는 지금의 4월이 새해 첫 달이었다. 그러다가 1564년 프랑스 샤를 9세는 양력인 그레고리력을 채택, 새해의 첫날을 현재의 기준으로 4월 1일에서 1월 1로 변경하였다. 한편, 이 소식을 몰랐던 사람들은 여전히 4월 1일에 설날 축제를 벌였는데, 이런 '얼간이들'을 '사월의 물고기'라고 놀리고는 잠자리 머리맡에 물고기(천궁좌 상징물)를 놓는 장난을 치며 조롱했다.

경북 안동에는 하회별신굿탈놀이가 있다. 탈춤에는 열 명의 계층인물(주지, 각시, 승려, 양반, 선비, 초랭이, 이매, 부네, 백정, 할미)들이 나타나 그들 사이의 우스꽝스런 대화를 통해 좌중을 웃기는 말장난을 하는데, 이들 각자는 자기들이 알고 있는 고리타분한 지식을 상대방에게 주입시키는 경직된 장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일례로, 양반과 선비의 대화에서 양반은 전통적인 '사서삼경'을 금과옥조로 강조하지만, 선비는 그것을 질퍽한 저잣거리의 농담으로 바꿈으로써 양반을 무색하게 만드는가 하면, 승려는 각시의 용변 보는 장면을 엿보다 들켜 궁색한 변명을 주절대는 내용도 있다.

이 두 민속놀이는 모두 동시대의 사회상을 반영하여, 경직된 사고를 부수는 아이러니를 늘 새롭게 만드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드라마틱한 반전의 어법(해학)을 통해 사람들을 웃게 만듦으로써 재미도 있거니와 궁극적으로 공동체 구성원들을 묶는 역할을 이 놀이들은 수행한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놀이를 통하여 사람들은 세상살이를 풍자하고 비판하여, 자신들의 억눌린 감정을 거리낌 없이 마음껏 발산시킨다. 해학은 또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이해하고 불만을 해소시켜 줌으로써 갈등과 저항을 줄여 상하좌우간의 조화 있는 삶을 개인들이 영위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것은 또한 사회 공동체에 내재되어 있는 계층 간의 모순과 갈등들의 완충과정이 되어 공동체의 결속력을 더욱 강화시키는 생산적 기능을 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 우리 사회는 급속히 차분해지고 엄숙해지는 경향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우리사회가 선진화되는 성숙의 징조로 읽혀진다고 말하기도 한다. 들뜬 사람들이 줄고 매사에 진지해짐으로써 사회가 꼼꼼하게 정착되고 있다는 측면에서는 기쁜 소식이다. 그러나 강의나 강연을 통해 느끼는 것은 사람의 표정들이 빠르게 경직되어 가고, 집단들이 폐쇄화해 가는 분위기가 읽혀진다는 점이다. 유머에 대한 반응도 식고 웃음에 지나치게 인색해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슬그머니 생긴다. 유머는 낭비가 아니라 여유이고, 오늘의 놀이는 내일을 위한 힘의 축적이다. 군인의 단순명쾌한 명령어와 바로 쏘는 폭소 언어가 우리 삶을 지배할 때 사회는 경박해지고 피폐해진다. 비록 소란스런 듯하나, 농담 속에 뼈를 심고, 낭만적 시어에 정책을 담는 해학이 우리를 생각하게 만든다. 놀이 속에 일을 담고, 기계 안에 혼을 심는 지혜로운 사회가 격조 높은 공동체가 아닐까? 4월 1일 하루라도 거짓말 속에 진실을 담는 낭만적 시간을 보내보자. 우리 모두가 즐겨 바보가 되면 어떨까.

All Fool's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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