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새로운 꿈 실은 'KTX' 포항~서울 2시간대 돌파로 지역경제·문화예술 발전 기대

▲ 김유복 포항뿌리회 8대회장
춘심(春心)이 꿈틀대는 봄과 함께 포항의 새로운 꿈을 실은 포항-서울 간 KTX 직결노선이 개통됐다.

교통오지라는 포항이 서울과 2시간대로 가까워져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이라는 기대는 모든 분야에서 상상 이상이 될 것이다. 엄청난 변화의 물꼬가 트이고 지역경제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 전반에도 많은 발전이 예상된다.

KTX를 타고 서울에서 내려 온 관광객이 찾아 갈 '포항드림투어(pohang dream tour)' 코스 하나를 그려본다. '1박 2일' 여정의 출발지는 당연히 포항역이다.

첫 관람지는 포항의 중심이며 옛 시청사에 만들어진 포은중앙도서관(포항역사박물관 역할을 기대하며), 여기서 포항의 역사를 더듬어 본다. 이어 동빈내항에서 송도로 이어지는 타워브릿지(아직 건설되지 않은 다리)를 건너 포스코 앞을 지나 연오랑세오녀의 역사가깃든 일월지(日月池)(해병1사단 내)에서 포항의 근원인 해와 달을 만난다.

이육사(李陸史)의 청포도가 익으면 흰 돛단배를 타고 찾아오는 손님을 맞던 청림언덕을 넘어 영일만을 끼고 도는 임곡해안절경을 따라 한반도의 기(氣)가 한데모인 호랑이꼬리, 호미곶에서 상생의 손과 새천년 불멸의 혼불을 마주한다.

100년 호미곶등대와 거친 해풍에도 꿋꿋이 견뎌온 호미수(虎尾樹) 숲길을 어우르며 겨우내 차디찬 땅기운에도 푸른 기상을 지켜온 흑구(黑鳩)선생이 쓴 구만리(九萬里) '보리밭'을 거닐면서 인고의 세월을 이기는 억센 포항인의 삶을 엿보는 시간을 보낸다. 넘실대는 동해의 파도소리, 갈매기 아우성과 함께 한겨울 과메기가 주렁주렁 엮이었던 강사리(江沙里)를 지나 일제강점기 뼈아픈 역사가 남긴 구룡포 근대문화거리를 거쳐 포스코역사관에서 조국근대화를 만든 고귀한 땀방울의 역사를 눈으로 본다.

형산강 포스코대교를 건너 포항운하 크루즈선을 타고 내항과 송도앞 바다를 한 바퀴 돌아본 뒤 동해안 최대 재래시장인 죽도시장에서 펄떡이는 생선들과 상인들의 생동감 넘치는 활력을 마시며 살아있음을 느껴보기도 한다.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 즈음, 영일대해수욕장과 영일대 누각에 조명이 들고 휘황찬란한 불빛으로 물든 해변 상가거리 찻집에 앉아 영일만 바다위에 떠있는 포항제철소에서 연출되는 화려한 경관조명이 밤바다를 수놓는 야경을 즐기며 첫 날을 마무리 한다.

수평선 너머 붉은 태양이 주홍빛 홍시처럼 떠오르는 다음날 아침, 시원한 물회로 속을 달래고 칠포 해안절벽을 너머 오도(烏島)가 졸고 있는 잔잔한 바닷가를 따라 눈부신 월포 금모래밭을 지나 깊은 사연 간직한 내연산(內延山) 12폭포 절경을 만끽한다. 기암절벽에 늘어선 낙락장송과 계곡 사이로 흘러내리며 요동치는 하늘다리에서 겸재(謙齋) 정선(鄭敾)의 진경산수(眞景山水)를 한 눈에 새겨 넣고 신라고찰 보경사(寶鏡寺) 부처님께 마음의 절을 드린다.

산 아래 식당에서 통마리꽁치에 삭은 새큼한 김장김치와 향긋한 산송이가 맛을 돋우는 닭백숙으로 산속에서의 허기를 달래며 끝맺음을 한다. 돌아 본 포항이 정겹게 느껴지기를 바라며 기분 좋은 포항투어를 상상한다. 포항의 새로운 발전을 향해 시속 300㎞ 쾌속으로 달려오는 KTX가 반갑다. 꿈이 아닌 축복을 싣고 한달음에 찾아드는 KTX가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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