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봄철 수천마리 장관 연출…최근 5년간 개체 크게 감소 서식지 주변환경 조사 필요

'포스텍 백로 어디로 갔을까?'

매년 봄철 포스텍의 이색 볼거리였던 백로가 최근 5년간 주변 환경 변화로 크게 줄어들어 그 원인에 궁금증을 더해가고 있다.

포스텍 주변인 포항시 남구 효곡동 주민들에 따르면 일명 '학마을'이라는 별칭답게 수 십 년 전부터 매년 봄철만 되면 포스텍 정문 옆 야산 일대가 수천 마리에 이르는 백로서식지로 형성되면서 큰 볼거리가 돼 왔다.

이 일대가 백로서식지로 각광을 받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먹잇감이 풍부한 형산강과 불과 수백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데다 도심지임에도 불구하고 야산 소나무 군락지가 형성돼 있어 서식처로 최적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특히 형산강은 조수 간만의 차로 새우, 작은 물고기 등 어종이 풍부한 데다 수중보가 설치돼 물살도 빠르지 않아 먹잇감을 잡기 쉬운 최적지다.

이에 매년 수백, 수천 마리의 백로들이 3월 말부터 4월에 걸쳐 이곳에서 둥지를 튼 뒤 5월 새끼가 부화한 뒤 적당히 자라나면 7~8월 중국 등 남쪽지방으로 떠났다.

이 기간동안 포스텍 정문 야산은 그야말로 흰색 물결이 끊이지 않아 장관을 이루면서 사진작가를 비롯 백로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10년을 전후로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기 시작, 올해는 수십 마리 밖에 찾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곳을 찾는 백로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자 그동안 배설물에서 풍기는 악취 등으로 불편을 겪었던 효곡동 주민들은 백로와 함께 관광객마저 줄어들어 아쉬운 마음도 적지 않다.

사실 수천 마리의 백로가 서식하게 되면 매일 울음소리와 깃털, 잡아온 생선 비린내, 배설물 등의 악취로 더운 여름마저도 창문을 열지 못하는 등 고통을 받았다.

더욱이 배설물이 차량을 부식시키는 것은 물론 인도 곳곳에 떨어져 도시미관을 저해해 골머리를 앓아야 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몇 년 전부터 백로의 수가 급속히 줄면서 주민들은 한시름 놓았지만, 어디로 서식지를 옮겼는지 궁금증 역시 높아지고 있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백로가 급감한 이유로 형산강 직강공사로 인한 먹이 양의 변화로 먹이감이 줄어든 것과 기후 변화로 서식처가 북쪽으로 옮겨간 것이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

서식지 주변 환경 변화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주민들에 따르면 2010년을 전후로 이 일대에 다가구주택 일명 원룸 등이 신축된 데다 소나무 재선충병이 번지면서 200 그루 가량의 소나무를 제거한 것도 원인 중 하나로 손꼽힌다.

주민 김모(50)씨는 "8년 전 이사 와서 백로떼를 처음 봤는데 2013년부터 20분의 1 정도 줄어든 것 같다"면서 "백로가 있을 때는 악취나 소음 등 고통이 말로 못했는데 살기 위해 서식지를 옮긴 것을 보니 한편으로 안타깝다"고 귀띔했다.

전문가들은 숲이 우거지고 먹이를 찾아 경주 안강을 비롯해 울산 태화강, 동해안을 따라 울진 평해, 강원 삼척 등지로 서서히 옮겨 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박희천 경북대 명예교수는 "형산강의 변화나 인근 지역 개발 등으로 백로가 서서히 옮겨가고 있다"면서 "백로 뿐 아니라 오리도 줄고 있는 등 형산강에 서식 중인 조류의 종류와 개체 수도 변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포항시 뿐 아니라 시민 역시 조류의 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