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말 한수원 경주 이전 사택 등 정주여건 인프라 확보 시 정책 따라 성공 여부 판가름

▲ 최성환 한수원본사이전추진센터장
따뜻한 햇살과 기분 좋은 봄바람이 느껴지는 요즘이다. 완연한 봄기운이 몸과 마음을 한결 가볍게 한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만개한 보문관광단지와 유채꽃이 만발한 분황사 앞 꽃길을 걷노라면 경주에 살고 있음에 행복을 느낀다.

이제 올 연말이면 한국수력원자력은 정들었던 서울 강남을 떠나 제2의 고향 경북 경주로 본사를 이전한다.

내년 이맘때쯤 전직원이 계절의 여왕, 경주의 봄에 한껏 취했을 모습을 상상하니 입가에 미소가 절로 번진다.

그리고 본사이전의 막중한 책임감에 어깨가 더욱 무겁기도 하다. 수도권을 떠나 지방으로 이전하는 공공기관은 150여개에 달한다. 대구·경북지역에는 대구혁신도시(신서동) 11개, 경북혁신도시(김천시) 12개, 개별이전(경주시) 2개 기관이 옮겨온다.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현재 17개 기관이 이전을 완료했다. 한수원은 방폐물관리공단(現한국원자력환경공단)과 함께 혁신도시가 아닌 경주시로 개별이전하는 기관이다. 이는 2005년 11월 중저준위방폐장을 유치한 경주시민에 대한 국가의 보답이자 약속이었다.

그러나 사옥, 사택 등을 개별적으로 준비하다보니 혁신도시 이전기관에 비해 본사이전이 조금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이제라도 더욱 분발 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무엇을 해야할까?

우선 한수원은 본사이전과 관련된 사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한다.

현재 1천여 명의 직원들이 근무할 12층 규모의 신사옥이 올 연말 준공을 목표로 순조롭게 건립되고 있다. 지역을 대표할 랜드마크 건축물이 되도록 만전에 만전을 기해야한다. 또한 직원들의 정주여건 조성에 좀 더 세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경주에 대해 알고, 느낄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직원들 역시 이제는'내가 바로 경주시민'이라는 마인드 변화가 필요하다. 스스로가 먼저 변해야 세상이 달라 보인다.

경주시는 가족동반 이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기반조성에 나서야 한다. 배우자와 자녀를 포함하면 몇 년 안에 수 천 명의 인구가 늘어난다. 이들이 지역에 소비할 금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하지만 이를 뒷받침할 인프라가 부족하다면 울산, 대구, 포항 등 인근 대도시로 소비는 빠져나갈 것이다. 이는 한수원 회사차원에서 강제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 시가 어떤 정책을 펼치냐에 따라 한수원 본사이전 성공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다. '잘 되겠지'라는 소극적 자세로는 부족하다. 인구, 재정 규모가 비슷한 진주의 경남혁신도시, 그리고 바로 옆 지자체인 울산혁신도시 사례를 적극 벤치마킹하여 잘된 점은 배우고, 문제점은 최소화해야 한다.

희망의 열쇠는 한수원, 경주시, 지역주민의 마음에 있다. 모두가 합심하면 어떠한 어려움도 해결할 수 있다.

신라 천년의 역사와 화백의 소통정신이 시민들의 DNA에 녹아 있지 않는가.

이제 서로가 마음을 열고 하나의 공동체, 서로의 이웃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강남 갔던 제비가 박씨를 물고 행운을 안겨 주었듯, 강남구(江南區)를 떠난 한수원이 경주에 희망의 씨앗을 가져다 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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