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 김천향우회 이상춘 회장

끈끈하고 탄탄한 조직으로 재구성 경제인과 융합 인적네트워크 형성

어려운 고향 사람 돕는 나눔 실천 우수 인재 육성 상록수 재단 운영

경기도 부천시에 소재한 (주)에스씨엘 대표이사 이상춘 김천향우회장을 만나 '나눔문화'확산운동과 향우회 소식을 들어봤다.


-김천향우회가 타 향우회 보다 결집력이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향우회장을 자신의 스팩 쌓기나 인기관리용 감투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향우회는 집행부가 향우인들에게 봉사하는 단체다. 회장이 밥도 사며 좀 더 희생·고생한 만큼 향우회를 통해 기뻐하는 사람들이 나와야 하는 것이 향우회의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이런 희생을 했는지 안했는지는 향우인들이 바로 아는데, 희생 없이 하려니까 안 되는 것이다.

처음부터 봉사하기로 마음을 먹고 향우회장을 시작했고, 직접 발로 뛰고 찾아뵙고 머리 숙이며 낮추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내가 향우회장이다'라던가 SCL 자동차부품 회장이라고 거들먹거렸다면 향우회가 잘되고 저를 좋아했을까 생각한다.



-올해 회장으로 취임한지 벌써 반년이 지났다. 그동안 진행상황과 이후 추진계획은.

△향우회장에 취임할 때 취임사에서 세 가지를 얘기했다. 첫 번째는 조직의 재구성이다. 향우회에 와서 잘 안 되는 이유를 살펴보니 동창회 모임은 활성화 된 반면 상대적으로 향우회에 참여하는 사람은 저조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면면 단위로 묶어 조직을 재구성 중이다. 면 단위로 묶으면 좋은 점이 동창회는 김천 소재의 특정 고등학교 출신 사람들로 구성되는 만큼 그곳을 안 나온 사람들은 갈 데가 없다. 그런데 면 단위로 하게 되면 학교에 전혀 관계없이 같은 동네 살던 형 동생같이 고향사람들끼리 만나는 것이다. 이런 모임의 장을 만들어 줌으로써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이었다. 현재 김천에는 1개의 읍과 14개의 면이 있는데 면 단위로 묶으며 회장을 선출했다. 이분들과 주소록 및 명단을 찾아 회원명부를 만들고 있다.

두 번째는 경제인들이 모여 소상공인들과 함께 '고향사람 물건 팔아주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왕 사야 되는 것이면 고향의 물건을 팔아주고 그 사람들도 자연스레 향우회에 참여하게 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올해는 양파가 잘 안돼서 비싼데 작년 같은 경우엔 넘쳐나서 버려야 했다. 그럴 때면 회장들과 얘기해서 15t 차량 두 대 분량을 받아 팔아주는 방식이다. 친구들, 거래처에 나눠주기도 하고 싼 가격에 동네 이웃에도 건네면 그것이 자연스레 고향 살리기 운동이 된다. 특히 지금 제작 중인 회원명부 뒤엔 회원들의 광고를 싣는다. 이 사람이 어떤 것을 파는지 알아야 내년부터 팔아주기 운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향우회 회비 중 일정부분을 떼어 고향의 어려운 사람을 돕는 나눔 운동이다. 힘든 사람을 도우면 나중에 그분이 또 도와주고, 그러면 그게 남는 것이라 생각했다. 현재는 재정이 어려우니까 10%만 하고 있지만 연말에 남는 부분이 있으면 전액 장학기금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경제인들을 모아 '드림회'라는 것을 만들었다. 영어로 꿈이 아니고 사람을 들인다는 뜻이다.

받기만 원하고 저 사람 만나면 어떻게든 혜택을 보려는 생각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재능을 가르쳐주고, 동생들에게 멘토가 돼 지원해줄 수 있나를 고민하자는 취지에서다.

현재 33명 정도이 참여, 8천500만원 가량의 회비가 들어왔는데 절반은 운영비 등으로, 나머지 절반은 불우이웃 돕기에 쓰고 있다. 김천 여성향우인들의 봉사활동에 지원되는데, 고향 노인분들의 백내장 수술이라던가 65세 이상 어르신들의 김천 혁신도시 투어 등을 진행했다.



-향우회가 친목단체다 보니 재정이 힘들 것 같은데.

△사무실도 있어야 되고 직원 월급도 줘야 되니 향우회의 구조는 고비용 저효율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제가 사무실 얻고 직원 월급주고, 국장님은 관리비를 내고 있어 조금 들어와도 괜찮다. 그것 가지고 총회할 때 쓰고 봉사를 한다.

김천혁신도시가 명품도시로 변모되고 있다. 향우회로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나?

향우회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관심을 갖고 방문하고 시 행정에 협조하는 것이다. 특히 그 곳에 산업단지도 조성되고 있는데, 우리 경제인들이 입주하게 되면 인력이 필요해 사람이 모이고, 학교도 들어서고 하면 명품도시가 되는 것이다.

이번엔 메르스 때문에 미뤘지만 8월에 또 경제인들 수십 명이 공장·산업시찰을 목적으로 내려갈 계획이다. 지속적으로 교류를 넓혀가고 기업인들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겠다.



-상록수 재단을 설립해 운영 중이시다. 어떤 재단인가.

△상록수 장학재단은 한마디로 인재 육성 재단이다. 수천억원 대의 장학재단 등 재단이 수도 없이 많이 있다. 하지만 상록수 재단은 단순한 장학재단이 아니고 사람을 어떻게 교육해야 하는가에 대한 물음에서 출발했다. 교육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생각은 어렸을 때의 경험이 평생을 간다는 것이다.

상록수 재단은 고등학교 때 선발해서 대학까지 최장기 7년 동안 장학금을 주는데, 단순히 장학금만 주는데 그치지 않고 여러 프로그램들을 이수하게 한다. 고등학교 때는 여름·겨울방학 때 2박3일 수련회를 참여하게 한다. 서울대, 연고대 등 우수한 전문가들을 멘토로 참가시켜 2박3일 같이 지내게 하니깐까 아이들의 만족도가 굉장히 높다. 장학금을 안 받아도 오겠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또 중요한 것은 봉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 품에서만 살아온 학생들이 대학교에 들어가면 해외봉사를 보낸다. 어려운 나라에서 부모도 없이 하루 한 두 끼밖에 못 먹으며 살아가는 곳을 보고 오면 애들 가치관가 확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김천에 있는 지역민과 경북일보 애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은.

△경북사람들은 마음이 맞으면 죽고 못 살지만 결집력이 부족한 것 같다. 경북일보를 통해 서로가 서로에게 좋은 파트너십이 생기고 단합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이상춘 회장은 △1956년생 김천 대덕면 관기리 출생 △김천 대덕초등(23회) △한일중학교(1회) △서울 성지고 △숭실대 경영학과 졸업 △(주)에스씨엘 대표이사 △김천대학교 명예교수 △상록수장학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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