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전쟁’ 제6회 대구진학진로박람회…전국 56개 대학 참가 '최대'

▲ 18일 코엑스에서 열린 진학진로박람회에 참가한 학생들이 경운대 임상병리학과 부스에서 학과 체험을 하고 있다.
'한국의 교육정책은 입시정책'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또한 불과 몇년 전만해도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내신성적, 여기에 논술정도만 준비하면 합격여부가 결정됐다.

하지만 최근 입시는 대학수만큼 전형이 있다는 말처럼 어느하나만 주력해서 합격이 결정되지 않을 만큼 복잡하고 다양해 졌다.

이러한 복잡한 입시 전형으로 이제는 대학 합격이 정보력과 분석력이라는 새로운 부분이 추가됐다.

여기에 발 맞춰 학원가는 진학상담이라는 새로운 사교육 장르가 등장하며 학생들과 학부모의 지갑을 열게 하고 있다.

대학들도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학생수와 더욱 악화되는 재정 등 새로운 변화를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학생은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한 정보수집을, 대학은 학생 유치를 위한 갖가지 설명회가 호황을 맞고 있다.

△ 대구진학진로박람회 성황이 시사하는 입시의 뒷 모습

올해 6회째를 맞은 대구진학진로박람회는 변화하는 입시제도를 발빠르게 알수 있는 대표적인 행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첫 박람회에 전국 30여 대학이 참가했다면 올해는 전국 56개 대학이 참가할 만큼 규모가 늘었다.

내용도 다양해져 기본적인 대학별 정보제공은 물론 총 10개 주제관이 운영됐으며 사전 신청자만 4천여명에 이르는 등 학생, 학부모, 대학들의 반응이 뜨겁다.

지난 18일 코엑스에서 열린 박람회 첫날 개장이 오전 10시임에도 불구하고 이른 시간부터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아침부터 기다린 학생들 대부분은 수시모집 상담 등에 사전신청을 못해 현장 신청을 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었다.

박람회가 공식적으로 문을 열자 학생들은 현장 신청이 필요한 부수로 가장 먼저 발길을 재촉했다.

박람회는 각 대학들 홍보 및 전형 상담관 부수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했으며 입학사정관 상담관 부스, 수시 대입 상담관 부스, 논술작성 부스, 자기소개서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각 대학 부스들이 입구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며 학생들은 해당학교 관계자들과 입학관련 상담이 이어졌다.

학생들은 전형을 꼼꼼히 살피면서 자신에게 필요한 정보를 알기위한 질문을 이어갔으며 대학은 자신들의 전형에 맞는 맞춤형 방법을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또한 학교에서 자신있는 장학금, 학생 복지, 취업률 등을 알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서울을 비롯해 다른 지역 대학들보다 학생들은 대구·경북지역 학교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았다.

이에 대해 한 학생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집안 사정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답변해 입시와는 또다른 부담감을 토로했다.

A양(18)은 "1, 2차 등은 대구·경북권에 우선 지원하려 한다"며 "취업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타지로 갈 경우 등록금을 비롯해 집에 너무 부담을 줄거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의 관심이 가장 많이 집중된 부스는 단연 수시대입 상담관 부스.

당장 수시모집이 오는 9월부터 진행되는 만큼 발등에 불이 떨어졌기 때문이며 '수시합격을 위한 나의 길 찾기'가 이번 박람회의 주제인 것도 이같은 관심을 반영하고 있다.

수시대입 상담관 부스는 총 18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12관은 사전신청을 받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나머지 6관이 현장접수를 통해 하루 72명의 학생을 상담, 현장접수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대구시교육청 진로교육단 소속 교사들과 진학협의회 등에 포함된 상담교사들이 학생들의 궁금증을 해소해주기 위해 모였다.

상담교사들은 학생부종합, 논술, 특기적성 등 각 대학별로 여기에 학과별로 필요로하는 부분을 우선 설명했다.

이어 학생들이 가져온 성적 등의 자료를 바탕으로 필요한 부분과 더 준비해야 하는 것들을 나눠 현실적인 조언을 이어갔다.

다만 상담교사들도 방대한 모든 대학 자료를 다 파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나마 지역 대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많아 조언이 가능했지만 지금의 입시전형이 너무 복잡해 교사나 학생 모두 혼란스럽다는 점은 일치했다.

상담을 받고 나온 학생 중 일부는 자신이 원하는 대학과 현재 위치 간 차이가 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처럼 박람회 참가한 학생과 학부모 모두 입시에 대한 중압감과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특히 지나칠 정도로 복잡한 입시제도에 대해서는 불만을 넘어 성토가 이어졌으며 한 학부모는 지금 제도는 학생이 공부만해서 해결되는게 하나도 없다고 꼬집었다.

결국 성적은 기본, 부모의 정보력과 이를 뒷받침해야 하는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학부모는 이런 박람회와 입시설명회가 성황을 이룰 수밖에 없는지, 학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이 많아도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그나마 대학 전공 체험관도 운영돼 딱딱한 입시를 떠나 학생들이 잠시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줬다.

경운대의 경우 임상병리학과에서 학생들이 직접 체험할수 있도록 구성됐다.

학생들은 현장에서 등록한 뒤 혈액형 검사, 수혈체험, 현미경 관찰 등을 하며 임상병리학과에서 공부할 내용을 미리 만났다.

△ 지역 대학의 한숨

박람회 장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한숨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학 특히 지역 대학들이 느끼는 위기감도 상당했다.

당장 매년 학생수가 지역에서 1만여명씩 줄고 있으며 특성화고 활성화로 대학진학률도 떨어지고 있다.

몇년째 지속돼 온 중장집권적 풍토가 대학 선정도 '인서울'이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도 지역 대학이 느끼는 위기감을 부채질 하고 있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대구·경북지역 대표 대학과 과는 서울 중상위권 대학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하지만 현재는 서울권내 대학이 대학별 능력을 떠나 더욱 대접받고 있는 풍토가 퍼져 지역대학의 설자리를 더욱더 좁게 만들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역대학이 살기 위해서는 학생 유치, 그 중에서도 우수 학생 유치가 지상과제로 떠올랐다.

우수한 학생이 입학해 취업이 잘되면 학교 평가가 높아지고 국가 지원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지역 대학들은 장학금 비중을 넓히고 특성화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자구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또한 선도 학과를 집중 발전시켜 이들 학과를 내세워 다른 학과까지 끌어올리는 방법을 찾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전국으로 학교 설명회를 개최, 한명이라도 더 우수한 학생을 입학시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학생들을 수도권에 뺏기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학생들을 유치하겠다는 발상의 전환도 이뤄지고 있다.

지역대학연합 소속 대학을 중심으로 서울과 제주도를 집중공략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 밖에도 대학 내부적으로 구조조정과 학과 통폐합 등을 통해 경쟁률을 높이는 시도가 지속돼고 있다.

강문식 계명대 입학처장은 "모든 측면에서 최근 지방 대학들이 느끼는 위기감은 상당하며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3~4년 후에는 지금보다 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가만히 있을 수 없는 만큼 대학과 학생 모두 발전할수 있는 방안을 찾아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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