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김관진 “지금 얘기할 단계 아니다” 신중모드

전시를 방불케 할 정도로 최고조의 긴장 상태에 놓였던 남북간 군사 대치가 25일 새벽 남북 고위급 접촉의 극적 타결로 해소되면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경색을 면치 못했던 남북관계에 순풍이 불게 됐다.

군사적 긴장으로 출발한 사태가 대화를 통해 해결된데다 양측이 남북관계 개선에 노력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남북은 이번 협상을 통해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당국회담을 서울 또는 평양에서 빠른 시일 내에 개최하며 앞으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을 진행키로 했으며,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교류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올 추석에 이산가족 상봉을 진행하고 이를 계속하는 등 인도적 차원의 교류도 합의문에 포함됐다.

이번 회담이 남북 충돌 국면을 해소하는데 머물지 않고 다방면의 교류와 당국 회담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자연스럽게 최고위 회담인 남북 정상회담으로까지 연결될 것인지가 자연스러운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남북정상회담은 성사 자체가 평화통일 기반 조성이라는 측면에서 정권의 큰 업적으로 남을 수 있기 때문에 현 정부도 양측의 신뢰가 쌓이는 정도를 봐가면서 정상회담 카드를 내놓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북정상회담은 진보정권이던 김대중·노무현 정권 당시 한차례씩 이뤄졌지만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 때는 이어가지 못했다. 지난 2009년 임태희 당시 노동부 장관이 싱가포르에서 북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과 비밀회동까지 하면서 추진했지만 결국 무산된 바 있다.

이번 남북 접촉이 양측 정상의 뜻과 의중을 가장 잘 파악하고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 인사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북한 내 서열 2위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이 수석대표로 나선 가운데 이뤄졌다는 점도 남북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북측은 회담 과정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정회를 요청하고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훈령을 받았고, 우리도 박근혜 대통령이 거의 실시간으로 회담 진행 상황을 보고받으면서 필요할 때마다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진 점이 주목된다.

사실상 이번 접촉이 박 대통령과 김 제1위원장 사이에 '간접 회담'이 이뤄진 셈이다. 결국 이번 접촉이 남북정상회담으로 가는 통로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이제야 그간 이어져온 남북관계의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첫 발을 뗀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유지했다.

이날 춘추관에서 이번 접촉의 수석대표인 김관진 실장도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지금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그동안 박 대통령을 비롯해 정부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열린 자세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남북이 활발하게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면서 신뢰가 쌓이면 남북정상회담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올해 연두 기자회견에서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묻자 "분단 고통 해소와 평화통일의 길을 열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면 누구라도 만날 수 있다"며 "남북정상회담도 그런데 도움이 되면 할 수 있다. 그런 것을 하는데 전제조건은 없다"고 밝혔다.

이번 남북 접촉에 참여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도 광복절 다음날인 지난 16일 한 방송에 출연, "남북간 정상회담도 그것이 분단의 아픔을 치유하고 통일에 대한 논의가 가능하다면 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가 조심스러운 입장을 견지하는 것처럼 남북 정상이 마주앉기까지의 여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다소 비관적인 관측도 나온다.

남북 교류와 협력을 통한 관계 개선이 체제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심을 강하게 품고 있는 북한이 이번 접촉에서는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목표로 일단은 굽히고 나왔지만 이것 또한 화전 양면전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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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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