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경시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던 세계인류문화유산인 '아리랑'의 노랫말을 기록으로 남겨 영구보존하는 대역사를 창출하면서 아리랑 세계화를 선점하고, 불멸의 아리랑 콘텐츠를 보유하게 됐다.

▲ 문경 옛길박물관에서 지난 5일 아리랑 일만수 이운식이 열렸다.
▲ 옛길박물관 앞 고유제단에서 고윤환 시장(가운데)이 한글서예로 담은 아리랑 일만 수가 영원토록 후세들에게 전해지게 해 달라고 친지신명께 고유(告由)했다.
▲ 50권의 책으로 엮은 아리랑 노랫말 일만수 이운식이 진행되고 있다.
△ 서예로 1만수를 쓰기까지

문경시는 고윤환 현 시장이 2012년 4월 11일 보권선거로 시장에 취임해 문경의 정신과 정체성을 발굴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문경문화원이 주최하는 '문경새재아리랑제' 관람과 함께 송옥자 문경새재아리랑 전승자를 만났다.

그해 12월 5일 우리나라 아리랑 군(群)이 유네스코에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되고, 그 아리랑 군 안에 문경새재아리랑이 포함됐다.

이때부터 고윤환 시장은 '문경새재아리랑'이 문경을 상징하는 중요한 요소를 갖췄다는 인식을 하면서 우리나라 아리랑계 거목인 김연갑 선생, 김기현 교수 등을 만나면서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국립아리랑박물관' 건립 및 문경유치라는 야심을 갖게 됐다.

이에 국내 아리랑에 깊은 관심을 가진 많은 전문가, 활동가, 연구자들과의 잦은 접촉과 논의로 많은 것을 문경시가 수용하면서 콘텐츠를 축적해 나가기 시작했다.

고윤환 시장은 국립박물관을 유치하는데 문경지역성을 고집하면 불리하다는 판단으로 '문경새재'를 '아리랑고개'로 이름 짓고, 이를 근거로 문경이 국토 지리적으로 중심에 위치하는 것을 내세워 '아리랑 허브'로 박물관유치의 당위성을 펼쳐오고 있다.

무엇보다 서울 등 우리나라 아리랑 전문가들을 자주 찾아가 만나면서 '아리랑세계화포럼'을 조직하는 산파역할을 톡톡히 해오고 있다.

이 포럼을 통해 이 곤 한국서학회 회장을 만났고, 이곤 회장으로부터 '아리랑', '한글', '서예'를 접목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우리나라 모든 아리랑 가사를 수집, 유명 서예작가들이 붓으로 써서 남기자는 제안을 받게 됐고, 이 제안을 받아 2013년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 아리랑 노랫말 모으기

문경시는 2013년 3월 6일 (사)한국서학회와 MOU를 체결하고 그 첫 사업으로 국내외에 흩어져 있는 모든 아리랑 가사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아리랑은 1896년 헐버트 박사에 의해 채록되기 전까지 전혀 기록이 남아 있지 않았으며 가창자의 소리로 녹음돼 전해 왔고, 공연에 의해서 그 모습을 나타내고, 전승자에 의해 후학들에게 전수돼 왔었다.

그런 까닭에 문경시가 아리랑을 노랫말을 수집하고 나서자 그 종류가 60여종 약 5천수, 39여종 약 4천수, 90여종 약 7천수 등 전문가마다 의견이 분분하게 엇갈렸다.

그래서 2013년 6월 가사선별위원회를 구성해 수집된 것들 중 작품성, 중복, 완성도를 기준으로 그동안 모은 2만수 중에서 1만68수를 정제 선정하고, 수집된 노랫말 중 대표적인 것을 선별해 1차적으로 붓으로 썼으며, 이를 2013년 연말에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국내 가장 큰 규모로 아리랑 서예 전시회를 먼저 개최했다.

수집된 가사는 현재 전승보존단체를 중시했으며 서울, 경기권의 본조와 구조 아리랑, 강원권의 정선, 평창, 강릉, 태백아리랑, 경상권의 문경, 밀양, 구미, 영천, 대구, 예천, 독도아리랑, 충청권의 공주, 청주 아리랑, 전라권의 진도, 영암아리랑, 해외권의 길림, 요령, 흑룡강 아리랑과 이외에 지역을 배경으로 하지 않은 영화, 광복군, 엮음, 대중가요, 국토, 시 등에 나타난 아리랑 등 모든 아리랑을 광범위하게 수집했다.



△ 아리랑 노랫말 한글 서예 쓰기

이렇게 선정된 1만68수의 아리랑 노랫말을 한국서학회를 중심으로 문경출신 서예가와 저명인사 등이 포함된 전국 124명의 서예인들이 문경의 전통한지에 쓰기 시작, 500일간의 대장정 끝에 마무리 했다.

이번 아리랑 노랫말 한글서예 쓰기는 가사를 광범위하게 수집한 것도 처음 있는 일이며, 수집된 가사를 한지에 썼다는 점에서 몽골군의 침입을 격퇴하려는 민족 염원으로 고려시대 팔만대장경을 판각한 대역사에 비견될만하다.

따라서 이번에 한글서예로 쓴 일만 수 아리랑 노랫말은 한민족의 정체성 확립과 통일시대를 염원하는 한글공동체, 아리랑공동체의 염원이 담긴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노랫말 한글서예 쓰기는 청각 문화재인 민요를 시각 문화재로 승화시켜 예술의 무한한 다양성과 복합성의 미를 보여준 문화변혁 사업이며, 한글로 제작된 국내 최대 획기적인 현존 예술품이고, 세종대왕 한글 반포 이후 가장 큰 한글쓰기 인 동시에 21세기까지 이루어진 한글의 모든 서체를 담고 있다.



△ 아리랑 노랫말 영구보존

아리랑 노랫말 1만68수를 한글서예로 쓰고 이를 책으로 묶어 '옛길박물관'에 전시 보관한 것은 지금까지의 노랫말을 잊혀지지 않게 하는 것은 물론 미래 아리랑 변화를 견주어 볼 수 있는 이정표를 놓았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그리고 이번에 안치된 1만68수 아리랑 노랫말 한글서예작품을 영인해 발간하는 도록과 가사집도 아리랑을 바탕으로 한 한글의 아름다운 조형미와 한지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아리랑 이운(移運)식

9월 5일 아리랑 노랫말 1만68수를 한글서예로 쓴 것을 50권의 책으로 엮어 이 작업을 수행하던 서울 인사동에서 문경새재에 있는 옛길박물관으로 옮기는 '이운(移運)식'도 눈길을 끌었다.

문경새재 옛길박물관에는 이 서책을 보관할 공간을 따로 만들어 제작과정과 실물을 누구나 볼 수 있게 했으며, 이곳으로 옮기는 의식을 창의적으로 꾸며 역사적 의의를 더 높였다.

먼저 이곳 옛길박물관을 중심으로 문경문화원 전통예술단, 풍물단, 모전동풍물단, 문경문화유적회, 문경구곡원림보존회 회원 200여명이 남북에서 우리나라 전국의 아리랑 깃발을 휘날리고 풍물을 치면서 책을 옮겨 왔다.

그리고 박물관 앞에 고유제단을 설치해 이곳에 책을 올렸으며, 이어서 고윤환 시장이 이 책에 있는 한글서예로 담은 아리랑 일만 수가 영원토록 후세들에게 전해지고, 민족혼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공간이 하루빨리 건립돼 아리랑을 세세천년 부를 수 있게 해 달라고 친지신명께 고유(告由)했다.

그리고 이날 행사를 빛내기 위해 참석한 내빈 50명이 이 책을 옛길박물관 특별전시실로 한 권 한 권 옮겨 안치했다.

이어서 최석홍 문경시 행정보건국장의 경과보고, 이 사업 수행에 공을 세운 이곤, 이종선, 임돈희, 김기현 선생이 고윤환 시장으로부터 감사패와 선물을 받았다.

그리고 고윤환 시장의 환영인사, 이한성 국회의원, 이응천 문경시의회 의장, 이곤 한국서학회 명예회장, 임돈희 학술원 회원의 축사가 있었으며, 김기현 경북대 교수가 특강을 했다.

그 후 장경자 명창이 예천아리랑, 밀양아리랑을 이금희 명창이 구 아리랑을 송옥자 문경새재아리랑 전승자와 문경문화원 전통예술단이 문경새재아리랑과 헐버트아리랑을, 가수 한 산이 락버전 문경새재아리랑을 공연해 우중의 관람객들의 눈길을 붙잡았다.



△ 아리랑 일만 수 노랫말 기록의 의미

고윤환 시장은 "오늘은 아리랑을 문경시의 정체성으로 삼고자 노력하고 달려온 세월에 종지부를 찍는 날"이라며, "우리는 1860년 연해주 이주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흩어진 해외동포 700만명의 한민족 디아스포라를 극복하고 통일한국의 염원을 담아 아리랑 대장경을 완성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 노래가 갈라진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하고, 미래의 밝은 나라를 위해 반드시 한몫을 담당하리라 생각한다"며, "백두대간의 단전에 해당하는 이곳 문경새재에 이를 영구보관함으로써 북으로는 백두산을 넘어 만주벌판으로 뻗어가고, 남으로는 지리산을 넘어 태평양으로 뻗어갈 세계 속의 아리랑으로 발전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임돈희 대한민국학술원 회원은 "아리랑이 유네스코에 등재되는 것은 세계화의 첫 걸음이지 세계화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이런 시기에 이 곤 회장님의 발상과 이를 알아 본 고윤환 시장님의 탁월한 안목으로 탄생한 한글서예 일만 수 아리랑 노랫말은 아리랑 세계화에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현 경북대 교수는 "이번 일은 언어문화사업이며, 청각문화재를 시각문화재로 바꾼 문화변혁사업이며, 국내 최초, 최다수인이 참여한 융합창조적 문화예술활동"이라고 말했다.

문경시는 이 사업에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모두 5억 원을 들였으며, 올 12월 말께 5권 1질로 구성된 도록 1천질을 발간하고, 가사집을 별도로 제작해 단행본으로도 출간, 출판기념회와 아리랑 도시 선포식을 함께 열 계획이다.
황진호 기자
황진호 기자 hjh@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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